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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안대희 총리 발탁 무색하게 한 ‘김기춘 유임’

등록 2014-05-22 18:21수정 2014-05-22 21:05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새 국무총리 후보자에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사표도 수리했다. 그렇지만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인사의 거센 소용돌이 속에서도 끄떡없이 건재를 과시했다. 박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인적 개편 작업의 의미와 한계를 나름대로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 신임 총리 후보자가 지닌 이미지는 깨끗함, 청렴함, 강직함 등이다. 박 대통령이 그를 총리 후보자로 발탁한 것도 세월호 사건으로 떠나간 민심을 추스르고 눈앞에 닥친 지방선거를 돌파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가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 시절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영입 문제로 박 대통령과 마찰을 빚은 점 등을 들어, 박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안 전 대법관을 선택한 것은 그 자체로 적지 않은 한계점을 지닌다. 우선 영남·법조인·대선캠프 출신이라는 범주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늘 친숙한 기준에 따라 자신의 주변 인물들 중에서 사람을 찾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변함이 없었다. 박 대통령이 신임 총리의 덕목을 국민화합과 소통 등에 두고 있지 않음도 명확히 보여줬다. 법조인 출신은 특성상 아무래도 소통이나 조정 능력 등보다는 엄격한 공권력 집행, 추진력과 돌파력 등에 업무 스타일의 방점이 찍혀 있기 마련이다. 더욱이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해 총리까지 검찰 출신으로 채워지면 ‘검찰 통치’의 기조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대법관 출신을 총리로 기용함으로써 삼권분립의 정신을 무색하게 만든 것 역시 입맛을 씁쓸하게 만든다. 안 후보자는 그렇지 않아도 대법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퇴임 뒤 곧바로 대선캠프에 뛰어들어 비판을 받았는데 결국 총리 후보자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박 대통령의 안 전 대법관 총리 기용이 단지 ‘이미지 차용’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그를 정치쇄신특별위원장에 발탁한 이유 역시 그의 깨끗하고 청렴한 이미지를 빌려 새누리당의 정치쇄신 의지를 과시해 절체절명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정치쇄신에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그는 당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반드시 지켜질 것”이라고 말했으나 대선이 끝난 뒤 박 대통령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를 더 길게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번 그의 총리 후보자 발탁이 그 ‘재판’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새 총리 후보자 지명보다 오히려 더 주목할 점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건재다. 이는 김 실장을 정점으로 하는 친위체제가 더욱 공고히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김 실장이 계속 청와대에 남아 있는 한 집권당과 내각의 무력화, 공안몰이식 통치,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국정운영 등의 기조는 전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안 총리 후보자는 김 실장의 까마득한 검찰 후배다. 그가 과연 ‘기춘대원군’과 각을 세워가며 총리로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이유다. 박 대통령의 이번 인사를 보면 국정원장과 국가안보실장의 경질 등 나름대로 높이 평가할 대목이 많다. 그렇지만 김 실장의 유임으로 박 대통령의 인적 쇄신 작업은 치명적 한계를 보이면서 빛을 잃고 말았다.

인적 쇄신 드라이브…세월호 묻히나? [오피니언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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