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사표가 수리된 22일 남북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포격을 교환했다. 이제 일상화한 듯한 신경전으로, 남북 관계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남북 관계를 바꾸고 핵 문제 등 현안을 풀려면 외교·안보·통일팀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
김장수 실장과 남재준 원장의 사퇴는 일단 긍정적이지만 그 취지가 꼭 정책 기조와 연관돼 있지는 않다. 김 실장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무책임한 태도로, 남 원장은 세월호 참사 대처 문제 외에 계속되는 정치개입과 간첩 증거조작 사건 등으로 비난받아왔다. 또한 김 실장이 안보 사안을 총괄해왔다고는 하지만 대북정책 등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결정해왔다. 그렇더라도 두 사람의 교체는 정책 전환의 좋은 계기가 된다. 무엇보다 갈수록 악화하는 북한 핵 문제를 풀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안보실장에는 군 출신이 아닌 합리적인 인사가 임명돼야 한다. 안보는 국방력과 평화 증진을 두 축으로 하는데, 김 실장의 경우에서 봤듯이 군 출신은 국방력 강화에만 매몰돼 오히려 안보를 해치기가 쉽다. 특히 국가안보실장은 한반도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현안들을 평화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전략적 시야를 갖춰야 한다. 정치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국정원장 자리에 앉아야 함은 물론이다.
국방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도 교체돼야 한다. 국방부 장관은 군의 정치개입 문제에 대한 소극적 태도 외에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 등으로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킨 책임이 있다. 통일부 장관 역시 긴장을 완화하고 현안을 진전시키기는커녕 고유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역량을 의심받아왔다. 외교부 장관의 경우 큰 잘못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핵 문제 등에서 새로운 접근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북한은 경제개혁과 핵개발 병행 추진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도 6자회담 재개에 큰 관심이 없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현 정부 임기 동안 핵 문제 등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질 것이 확실하다. 상황을 바꾸려면 모든 6자회담 참가국을 묶어낼 수 있어야 하며, 그 동력이 나올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완전히 새로운 외교·안보·통일팀을 짠다는 태도로 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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