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케이비금융이 내부 갈등으로 계속 파열음을 내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이 지난 23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빚어진 그룹 내부 갈등을 풀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오는 30일 이사회에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그룹 지휘탑인 금융지주회사와 은행 경영진 간의 볼썽사나운 다툼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당사자들이야 어떻게 여길지 모르겠으나 이런 진흙탕 싸움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런 정도까지 공개적으로 싸워야 할 일인지부터 의문이다. 케이비금융의 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이번 사안은 국내 금융그룹들의 취약한 현주소도 잘 보여준다. 금융지주회사를 꼭짓점으로 한 금융그룹 체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때이다.
애초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한 것은 은행 위주의 구조를 바꿔 금융의 선진화를 꾀하자는 데에 큰 뜻이 있었다. 금융지주 아래에 은행과 증권, 보험 등을 함께 두면, 금융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시너지효과가 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현실은 이것과 거리가 멀었다. 여전히 은행의 자산 비중이 80%에 이르는 데에서 보듯 금융지주 내의 업종별 쏠림현상 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가 없지 않겠지만, 지금의 금융지주 체제가 원래 목적을 이루기에는 미흡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금융지주 체제를 채택한 그룹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주회장과 은행장 사이에 권한과 의무 관계가 불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케이비금융의 적정선을 넘은 갈등과 알력도 상당 부분 여기서 비롯됐다고 본다. 케이비금융에서 5년 전에도 비슷한 사안을 두고 싸움이 벌어지고, 우리금융 등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난 것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지주회장과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각기 다른 외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경우 더 그랬던 것 같다.
금융위원회가 곧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지주회장이 경영관리위원회나 리스크관리협의회를 설치해 이끌도록 한다는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 방안들이 그 자체로 의미가 없지는 않겠지만 금융지주 체제의 문제를 풀기에는 힘이 부족해 보인다. 이번 기회에 금융지주 체제를 그대로 두는 게 적절한지, 둔다면 지배구조를 어떻게 가져갈지 등을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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