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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천 장사’ 하려고 ‘정당공천 폐지’ 백지화했나

등록 2014-05-26 18:46수정 2014-05-26 21:51

새누리당의 경기도 이천시장 후보 공천을 대가로 지역구 국회의원 쪽에 2억원을 건넸다가 공천에서 탈락한 뒤 되돌려받았다는 진정이 접수돼,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사자로 지목된 유승우 새누리당 의원은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양쪽 주장이 엇갈리고 검찰이 아직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상태여서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천이 지역구인 유 의원은 새누리당 경기도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다. 기초단체장 공천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위치다. 제보자는 선관위에 돈을 건넨 앞뒤 정황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녹음파일과 동영상도 제출했다고 한다. 검찰은 지체 없이 수사를 벌여 사실 여부를 밝혀야 할 것이다.

돈을 건네고 돌려받았다는 시점과 당시의 구체적인 정황을 두고선 양쪽 주장이 다르다. 어쨌든 시장 예비후보자가 공천을 대가로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거액의 돈을 건네려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다. 이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기초단체장 후보 공천에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동시에 지방선거에서 ‘공천헌금’ 관행이 아직도 뿌리뽑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번에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다른 여러 지역에서도 공천헌금이 물밑에서 은밀하게 오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천과 이웃한 여주에서도 2010년 지방선거 때 군수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2억원을 건네려다 덜미를 잡힌 적이 있다.

공천헌금은 또다른 부정부패와 검은돈의 씨앗이 된다는 점에서도 그 병폐가 매우 심각하다. 돈으로 공천장을 사서 당선된 단체장은 재임 중에 검은돈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이들은 ‘본전’을 뽑기 위해서라도 토건업자 등과 결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에 따른 부실시공 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이다. 1995년부터 선출된 시장·군수·구청장 1200여명 가운데 재임 중 비리 혐의로 기소된 사람이 4분의 1에 육박하는 290여명이라는 통계가 있다.

여야가 지난 대선에서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공약하며 내세운 명분 가운데 하나가 공천헌금을 뿌리뽑겠다는 것이었다. 새누리당은 이 대선 공약을 백지화하는 데 앞장선 정당이다. ‘공천 장사’를 하려고 공천제를 유지하려 그토록 애썼느냐는 비아냥을 듣지 않으려면 새누리당은 이번에 제기된 공천헌금 의혹을 규명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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