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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고양터미널 화재, 끊이지 않는 세월호형 참사

등록 2014-05-26 18:46수정 2014-05-27 03:36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터미널에서 큰불이 났다. 7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친 참사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앞뒤 정황을 봤을 때 이번 사고 역시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인재’일 가능성이 크다. 세월호 침몰로 온 국민이 안전에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판인데도 이런 사고가 터졌다. 도대체 우리 사회가 세월호로부터 무슨 교훈을 얻은 것인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고양터미널은 대형마트, 쇼핑센터, 영화관이 함께 들어 있어 수많은 사람이 찾는 공간이다. 오전 9시면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는 때다. 이런 공간과 시간에 폭발 위험성이 큰 용접 작업을 한다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게다가 대피 안내 방송을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화재가 진화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27분이다. 이 시간 동안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불을 본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줘 도망갈 수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건물 관리자는 세월호의 비극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될 수 있음을 전혀 깨닫지 못한 모양이다.

방화셔터, 방화문 등의 안전시설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의심스럽다.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의 주된 원인은 연기에 있다. 방화셔터, 방화문 등은 한 구획에서 불이 나더라도 다른 구획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고 연기도 차단한다. 하지만 <한겨레> 5월8일치 보도를 보면, 다중이용시설의 태반은 관리가 엉망이었다. 방화셔터가 내려오는 곳에 장애물을 둔 곳이 많았고, 어느 쇼핑몰은 방화셔터 구역에 아예 임시 부츠 매장을 설치해 두었다. 항상 닫혀 있어야 할 방화문이 활짝 열려 있는 곳도 많았는데, 어느 극장은 방화문이 닫히지 않도록 플라스틱 상자를 문틈 사이에 끼워둔 모습도 있다고 한다.

고양터미널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던 듯하다. 불은 지하 1층에서 시작됐는데 사상자가 주로 발생한 곳은 지상 2층 화장실과 계단이다. 연기가 차단되지 않고 통로를 타고 금세 위로 퍼진 것이다. 대형 근린시설의 경우 소방시설관리업체의 종합정밀점검이 1년에 2차례 이뤄진다. 소방당국의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수사당국은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다.

이번 화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전국 주요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에 착수한 상태에서 발생했다.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뿌리깊은 것인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세월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다시 한번 경각심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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