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국회 국정조사가 여야의 이견으로 첫발도 제대로 떼지 못한 채 진통을 겪고 있다. 국조계획서에 증인과 참고인을 명시할지, 아니면 계획서를 먼저 채택한 뒤 증인 문제는 나중에 결정할지 등을 두고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핵심 쟁점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증인 채택 문제다. 새누리당은 “김 실장이 이 문제에 관여한 게 없다”(이완구 원내대표)며 증인 채택을 극구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주장은 출발부터 억지투성이다. 세월호 사건에서 청와대가 어떻게 보고를 받고 상황 판단을 했는지, 이 과정에서 비서실장의 역할이 무엇인지 등을 규명하는 일은 진상조사의 핵심적 내용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진상조사가 제대로 시작도 되기 전에 김 실장이 세월호 사건에 관여한 바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 원내대표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역사상 유례없는 대형참사가 났는데도 청와대 참모진의 총사령탑은 강 건너 불구경만 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내각 위에 군림하며 모든 국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 실장이 유독 세월호 참사에만 관여하지 않은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정신이 제대로 박힌 여당이라면 야당이 요구하지 않아도 청와대 비서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꼼꼼히 묻고 책임을 따져야 옳다. 박근혜 대통령이 증인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김 실장 증언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게다가 ‘무능하고 소신 없는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들끓는 여론까지 고려하면 여당이 아무리 청와대에 각을 세워도 지나치지 않은 형편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오히려 정반대다. ‘기춘대원군’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떠는 것 같다.
김기춘 실장의 위력은 검찰이 구원파 쪽에 대해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는 펼침막을 철거하라고 계속 종용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검찰은 “현수막 철거는 법질서의 상징”이라며 얼버무리고 있으나 굳이 몇 차례씩 전화를 해가며 현수막 철거에 집착한 것부터가 매우 이례적이다. 현수막 내용이 불법인지도 의문이지만 불법 현수막 철거에 구청이 아니라 검찰이 나섰다는 이야기도 처음 듣는다. 특히 ‘우리가 남이가’라는 글이 적힌 현수막은 김 실장의 과거 부끄러운 행적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구원파와 김 실장의 관계에 대한 묘한 뉘앙스를 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던 상황이었다. 검찰이 그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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