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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동체·공감 앞세운 민간 주도 ‘세월호 치유’

등록 2014-05-27 18:24

세월호 참사의 고통과 상처는 그대로다. 참사가 일어난 지 40일이 넘었지만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 그리고 생존자들은 여전히 피 흘리고 아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행태와 일부 인사의 비인간적인 망언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통과 상처의 근원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이다. 유가족들은 자신의 고통에 앞서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과 절망에 죄스러워하며 가슴이 찢어지고, 생존자들은 희생자 가족들의 비탄 앞에 고개 숙인 채 자신의 상처는 미처 돌아보지도 못하고 있다. ‘처절한 공감’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고통은 마지막 한 사람의 실종자가 돌아오는 날까지 온전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고통은 같은 아픔을 겪은 이들이 잘 안다. 세월호의 유족들이 그렇다. 유족들은 서로 챙기며 아픔을 어루만지고, 치유를 주고받고 있다고 한다. 참극의 현장에서 다친 이들이 서로 피를 닦아주고 지혈하며 상처를 감싸는 상황이다. 지금으로선 외부의 다른 어떤 상담자보다 ‘상처 입은 치유자들’인 유족이 서로에게 더 힘이 될 것이다. 아득한 터널같이 계속되는 고통의 나날을 뼈저리게 공감하고 함께 몸 비비며 견디어줄 사람이 우선 유족 자신들인 까닭이다.

그런 마당에 성급하게 치유를 서두른다면 상처만 덧나게 된다. 가족들의 심리적 외상은 현재 진행중이다. 하루하루 더 크게 부어오르고 있다. 외상후 증후군으로 잘못 알고 상처를 치유하겠다고 덤볐다가는 되레 고통이 더 커질 수 있다. 지금은 상처에 메스를 들이대기보다는 함께 울어주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일상을 챙겨줄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세월호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는 시민사회의 자발적 움직임이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경기도 안산에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피해자들 가까이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공동체 안에서 아픔을 어루만져 치유하려는 민간 차원의 치유 작업이다. 몇 달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닌 만큼, 안산에서 5년 이상 머물며 유가족·주민들과 긴밀하게 소통해 이들의 일상 복귀를 돕자는 ‘공동체 복원’ 혹은 ‘사회적 치유’ 모델이 추진되고 있다. 세월호 관련 기록을 모아 진상규명뿐 아니라 치유에 활용하고, 미술·건축·공연 등을 통한 다양한 심리치료와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프로그램이 구상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껏 보지 못한 의미있는 시도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이들의 손길과 도움이 필요할 터이니 애써 도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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