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청와대의 모습이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쪼갰다가 붙이고, 없앴다가 다시 만들고, 아침에 만든 것을 저녁에 뜯어고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19일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서는 안전행정부의 인사·조직 기능을 국무총리실 산하 행정혁신처로 이관한다고 발표하더니 8일 만에 방침을 바꿔 조직 기능은 그대로 안행부에 두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국민 담화 때는 일언반구도 없던 교육·사회·문화 총괄 부총리 신설 방침도 갑자기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발표했다. 문제의 본질은 덮어놓은 채 책상머리에서의 ‘즉흥 입안’과 ‘졸속 수정’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사회문화 부총리 신설에 대해 청와대가 ‘책임행정을 위한 대통령의 위대한 결단’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것부터 우습다. 박근혜 정부 내각이 여태껏 책임행정을 구현하지 못한 이유가 부총리가 없어서가 아니라는 것은 청와대가 더 잘 알 것이다. 새 정부 들어 경제부총리가 신설됐으나 부총리가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경제정책을 펼쳤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장관들이 국·실장 인사 하나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관가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운영 스타일을 고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책임내각제를 운영할 생각이라면 먼저 대선 때는 ‘책임총리제’를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은 대목부터 설명해야 한다. 공약 파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이제 와서 책임내각제를 다시 거론해서는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총리의 역할을 “법질서와 공직사회 개혁, 사회 안전, 비정상의 정상화 등”으로 국한한 것도 책임총리제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박 대통령 말대로라면 총리는 앞으로 ‘국무를 총괄하는 총리’가 아니라 ‘공직개혁 총리’ 내지는 ‘법질서 총리’로 격하되게 된다. 총리에게 대폭 권한을 위임하는 것과는 반대로 권한이 오그라든 ‘반쪽 총리’가 된다는 이야기다.
거듭 말하지만 정부조직 개편은 이렇게 서둘 일이 결코 아니다. 정확한 진단도 없이 섣부른 처방전을 내놓았다가 아니다 싶으면 거두어들이는 식이 되풀이돼서는 병만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게다가 지금 밀실에서 새 정부조직개편안을 만드는 사람들은 현 정부 출범 때 개편안을 짰던 바로 그 사람들이다.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 다시 정부조직안을 만드는 것부터가 한편의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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