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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안전 투자와 교육이 막은 ‘도곡역 지하철 참사’

등록 2014-05-29 18:37

2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서 일어난 지하철 방화 사건은 다행히 아무런 인명피해를 내지 않았다. 불이 일어난 과정과 상황은 192명이 숨진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와 흡사했다. 생각만으로도 아찔한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교훈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사를 예방한 것은 안전에 대한 투자였다. 대구 참사 당시엔 방화범이 휘발유에 불을 붙여 객차 바닥에 던지자마자 삽시간에 화염이 번지고 유독가스가 금세 가득 찼다. 전동차의 의자 시트와 바닥, 벽과 천장이 불에 잘 타는 가연성 물질로 온통 범벅이었던 탓이다. 이번에도 방화범은 시너를 의자에 뿌리고 세 차례나 불을 붙였지만 불길은 번지지 않았다. 대구 참사 뒤 2006년까지 전국 모든 전동차의 내장재를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로 바꾼 덕분이다. 그때 없었던 스프링클러와 제연경계벽 등 유독가스 차단 시설도 역마다 설치됐고, 피난유도등과 소화기 등 소방구호설비도 늘었다. 미흡한 점이 아직도 있지만, 그런 투자가 없었다면 참사를 막긴 어려웠을 것이다.

사고 대응도 돋보였다. 방화 당시 객차에 타고 있던 서울메트로 역무원 권순중씨는 신속한 대응으로 불을 초기에 진화했다. 그는 긴급한 순간에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내가 도피해선 안 된다’ ‘내가 해야 할 일이다’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다잡았다고 한다. 승객들도 소화기를 모아주고 사고 신고를 하는 등 침착하게 대처했다. 기관사와 차장, 도곡역 역무원 등은 지침대로 지하철을 세우고 차분한 안내방송으로 승객의 대피를 이끌었다. 대응이 물 흐르듯 이어진 데는 교육의 힘이 크다고 봐야 한다. 서울메트로는 매월 직원들에게 화재예방 및 화재대응 교육을 하고 있고, 승객들에게도 그림을 곁들인 다양한 게시물이나 동영상으로 꾸준히 안전교육을 해왔다. 그런 노력이 위기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이번 일로 수익이나 비용절감을 이유로 안전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 대구지하철 참사에선 ‘1인 승무’로 혼자 타고 있던 기관사가 당황한 것이 사고를 키운 원인이 됐다. 이번엔 전동차 앞뒤에 탄 기관사와 차장의 역할 분담이 효과적 대응으로 이어졌다. 비상시 수천명의 승객을 대피시키려면 역무원이 더 줄어서도 곤란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하철 5~8호선을 맡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비용절감을 위해 ‘1인 승무’ 도입에 이어 무인운전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위태롭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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