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용과 복지 분야 공공기관들을 대대적으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겨레>가 확보한 ‘고용·복지분야 기능점검 추진방안’이란 자료를 보면,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산하 30개 기관, 3만8000여명의 직원들이 대상이다. 무엇보다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특히 정부에서 펴는 사회정책의 내용과 전달체계가 대폭 바뀔 수 있어서 더 그렇다. 그런데도 정부가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추진하는 듯해 걱정스럽다. 문제가 불거지자 검토 작업을 이끈 기획재정부 쪽은 “아이디어 수준의 내용”이라며 발을 빼고 있지만 예사롭게 보아 넘길 수 없다.
고용·복지 분야 기관들을 정비해야 한다는 사실에 이견을 보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기능이 중복되는 곳이 한둘 아니다 보니 이용자들로서는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예산이 허투루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관이기주의의 모습도 눈에 띈다. 당연히 고쳐야 할 일들이다. 게다가 고용과 복지 업무를 연계해야 할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용이 복지에 영향을 주고 또 복지가 고용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고용 담당 기관과 복지 담당 기관이 따로 놀아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관 통폐합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정부 자료는 다음달 말까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돼 있는데, 위험한 생각이다. 취업지원과 직업훈련, 복지서비스를 한꺼번에 다루도록 한다는 ‘고용·복지서비스공단’(가칭)을 예로 들어보자. 기본적으로 여러 기관을 정비해 하나로 묶는 작업 자체가 금세 추진되기는 어렵다. 우선 해당 기관 직원들이 순순히 응할 리가 없다. 더욱이 이 기관이 적절한 기능을 갖춰 충실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려면 단시간에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4대 사회보험 보험료 체납 추징 업무를 민간 신용회사에 맡기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민영화 단초를 제공하면서 체납자들을 괴롭히는 결과만 낳을 수 있다.
그런 만큼 정부는 시간을 갖고 사회적 중지를 모아야 한다. 정부 관계부처는 물론, 정비가 필요한 기관의 임직원, 고용·복지 사회단체와 머리를 맞대는 게 출발점이다. 그래야 졸속을 피하면서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얼른 보기에 효율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귀찮게 여겨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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