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어김없이 ‘색깔공세’가 난무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여야가 율동과 로고송을 자제하는 등 비교적 성숙한 선거운동을 펼쳐왔으나 막판에 도진 색깔론이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선거철 색깔공세는 대체로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거나 궁지에 몰린 후보가 들고나오는 경우가 많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어떻게 해볼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후보가 변칙으로 꺼내 드는 게 색깔론이다. ‘일방적 낙인찍기’를 특징으로 하는 색깔공세는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며 논리적 해명을 무력하게 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색깔공세의 전형적 양태를 보인다. 서 후보는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과 나란히 선거판을 뒤엎고 부산시 공동정부를 구성하면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북한 추종 세력’이란 표현을 5차례나 반복했다. 이 문자메시지는 5%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던 고창권 통합진보당 후보가 사퇴한 직후 발송됐다. 고 후보가 통합진보당 소속이란 점만을 들어 밑도 끝도 없이 ‘북한 추종 세력’이라고 낙인찍었다. 무소속 오거돈 후보와 사퇴한 고 후보가 공동정부를 구성할 것처럼 언급했지만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서 후보는 고 후보의 사퇴로 박빙의 선거구도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이성을 잃은 듯하다.
색깔론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우려스럽다. 경기도 수원시장 선거에서는 ‘아르오(RO) 조직에 시민 혈세를 지원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등 ‘퀴즈 시리즈’ 형태의 색깔론이 에스엔에스를 통해 전파됐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일부 후보는 혁신학교를 ‘붉은 학교’라고 공격하며 노골적으로 색깔을 덧칠했다. 혁신학교 재학생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행위다. 부산에서는 특정 후보를 겨냥해 ‘좌파 교육감 절대 안 돼요’라고 적힌 펼침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선거가 치열해지면 어느 쪽이든 막말·저질 공격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황우여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세월호 참사와 장성 요양원 화재, 고양 터미널 화재 등을 거론하며 “야당이 시장·군수 하는 곳에서 사고가 났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황 위원장은 “대통령이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그 지역의 군수가 제대로 안 하면 사고가 나고, 불이 나고, 야단법석이 난다”며 새누리당 지지를 호소했는데,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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