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일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경질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후임에 김관진 국방장관을, 국방장관에는 한민구 전 합참의장을 내정했다. 후보 검증 작업이 진행중인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 후임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이번 인사로 새 외교안보 진영의 대체적인 윤곽은 드러난 셈이다. 즉, 군인 중심의 외교안보 사령탑을 유지한 채 이제까지의 대북·대일 강경 외교안보 노선을 그대로 끌고 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의장으로서 외교안보팀을 이끌 국가안보실장에 김 국방장관을 발탁한 것은 두 가지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첫째, 사실상 군복을 한번도 벗은 적이 없는 김 장관은 국제·외교·통일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다루고 통괄해야 하는 외교안보 사령탑을 떠맡기에는 경험의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이른바 외교안보의 문민통제가 더욱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전임 김 실장은 군을 떠나 정계에서 국회의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시야를 넓힌 이력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김 신임 실장은 군사 분야 이외에서 사고의 외연을 넓힐 기회가 전혀 없었던데다 역대 어느 국방장관보다도 눈에 띄게 대북 강경 발언을 반복해왔다. 육사 기수로는 김 전 실장(27기)보다 1기 밑이지만 오히려 대북정책은 더욱 강경해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 군사 대응이 주된 국면이라면 군인 출신이 외교안보의 사령탑을 맡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지금이 과연 그런 상황인지는 의문이다. 최근 주변 상황만 봐도 적대관계에 있는 북한과 일본이 서로 자국의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손을 잡고, 미국과 일본은 대중국 군사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베트남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러시아와 힘을 합쳐 미·일 중심의 포위망을 벗어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미·일 대 중국 대치의 한가운데에 있는 우리로서는 나라의 안전을 위해 매우 정교하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순간순간 적과 동지가 바뀌고 단 한번의 선택으로 나라의 운명이 갈릴 수 있는 복잡미묘한 때일수록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군사 논리가 아닌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고려한 전략적 사고가 요구된다. 김 장관은 이제까지 나타난 식견과 경험으로 볼 때 이런 상황을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더불어 그가 대선 때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져야 할 책임자 중 한 사람이라는 걸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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