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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삼성에버랜드 상장’ 이후를 주목한다

등록 2014-06-03 18:15수정 2014-06-03 20:11

삼성에버랜드가 3일 주식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로 했다. 삼성에버랜드가 국내 최대 재벌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쏠린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재편한 사업부문들의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세들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가속화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잘 알다시피 이 부회장과 그의 동생들이 삼성에버랜드 등의 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불법 또는 편법을 동원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법원 판결로 이 문제가 매듭지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의 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그룹이 이런 현실에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현재 상당부분 진행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들어간 돈은 고작 61억원이다. 이 회장한테 받은 이 종잣돈 가운데 세금 16억원을 내고 남은 돈으로 자산 규모 558조원에 이르는 삼성그룹 경영권을 넘겨받을 위치에 오른 것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이렇게 했다면 찬탄과 부러움의 대상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와, 지난달에 상장 결정을 한 삼성에스디에스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편법 또는 불법에 기대어 헐값에 넘겨받았다. 당시 세법의 빈틈을 교묘하게 이용하거나 공공연히 어긴 것이다. 삼성의 편법·불법 행위는 결국 특검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졌다.

법적으로 삼성에버랜드 등의 상장에 별다른 걸림돌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삼성이 되새겨보아야 할 대목이 있다. 실정법의 문제가 없다고 해서 완전히 면죄부가 주어졌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재판부가 삼성의 주장과는 달리, 조세 회피와 경영권 이전을 목적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가 발행됐다는 점 등을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삼성의 행태가 정당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회적 승인’을 얻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삼성, 그리고 이 부회장 남매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시비가 일 소지가 많다는 이야기다. 병상의 이 회장이 건강을 되찾더라도 예전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 면에서 승계 작업의 마무리를 서두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수긍할 만한 후속 조처를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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