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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여당에 ‘경고’, 야당에 ‘분발’ 촉구한 6·4 선거

등록 2014-06-05 00:49수정 2014-06-05 01:40

6·4 지방선거 결과 민심의 척도라 할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큰 표 차이로 승리했다. 충청권 지역도 대부분 야당이 석권했다. 하지만 경기와 인천 등 상당수 지역의 광역단체장 선거는 마지막까지 치열한 혼전을 벌였고 매우 작은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결국 6·4 지방선거는 여야 어느 한쪽이 이기고 졌다고 딱 잘라 말하기 힘들게 됐다. 그만큼 선거 결과가 전하는 메시지는 매우 복합적이고 미묘하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야당이 승리한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새누리당의 영원한 텃밭으로 여겨졌던 서울 강남 지역에서 박원순 후보가 처음으로 여당 후보와 거의 대등한 접전을 벌인 의미는 매우 크다. 여권의 전통적 앞마당이라 할 부산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만큼 민심이 여권에서 상당히 등을 돌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번 지방선거는 ‘새누리당의 선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라는 초대형 악재 속에서도 이런 정도의 성적을 거둔 것은 놀라울 정도다. 책임정치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비추어 봐도 이례적이다. 야당에 그 어느 때보다도 유리하게 조성된 선거 환경을 고려하면 새정치민주연합이 거둔 성적표는 오히려 기대에 못 미친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는 여권의 독주에 ‘경고와 견제’를 보내면서도, 동시에 야당에 대해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꺼린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박근혜 선거’라는 관점에서 보면 여권으로서는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드리워진 결과다. 여당은 선거 막판 ‘박근혜 구하기’를 최대 선거 구호로 내걸고 읍소작전을 펼쳤다. 야당의 ‘박근혜 심판론’에 맞선 이런 선거 구호는 나름대로 효험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 표심에는 세월호 사건으로 드러난 현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응징 심리와, 박 대통령에 대한 동정심이 복잡하게 혼재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여야가 각기 이번 지방선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자명하다. 우선 여권은 선거 결과를 겸허한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선거 결과에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실망감이 확연히 묻어난다. 혹시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이 기대 이상으로 선방했다는 자만감에 빠져 정부 실정에 대한 면죄부를 받았다고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박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를 ‘대통령부터 달라지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금 유권자들은 공직사회 개혁만이 아니라 집권세력의 개혁, 과거 적폐 해소만이 아니라 청와대의 적폐 해소, 국가 개조에 앞선 대통령 개조를 열망하고 있다. 수첩인사, 나홀로 국정운영, 받아쓰기식 내각 운영 등을 과연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새누리당 역시 청와대의 눈치나 보는 태도에 더는 머물 수 없음을 이번 선거는 보여주고 있다. 새누리당은 언제까지 박 대통령에게 기대는 선거를 할지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야당 역시 이번 선거 결과가 던지는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한다. 선거의 객관적 조건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유리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과거 어떤 야당보다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부실 덩어리 박근혜 정부’의 민낯이 드러났는데도 야당은 번번이 ‘뒷북 대응’을 하며 분노한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 선거전략도 ‘세월호 심판 정서’에 기댄 채 안이하고 수세적으로 일관했다. 여당이 선거 막판에 ‘박근혜 지키기 대 버리기의 싸움’으로 몰아가며 선거의 쟁점을 흐리고 본질을 호도하는데도 뒷짐만 진 채 적극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 선거 결과를 보면, 야당이 정부를 견제하고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도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민심은 미덥지 않은 야당에 마음을 열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이번 선거 결과는 여야 모두에게 자성과 분발을 요청하고 있다. 지방선거는 앞으로 계속될 민심의 심판의 첫걸음일 뿐이다. 민심과 호흡을 함께하지 않는 한 여당이든 야당이든 결국 도태될 뿐임을 다시 한번 뒤돌아보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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