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만 누가 봐도 명확한 부분이 있다. ‘교육 혁신’에 대한 국민의 거센 요구가 그것이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3곳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에게 표를 몰아준 것은 그 구체적인 표현이다.
이런 결과는 ‘세월호 민심’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많은 학부모들은 비극적인 세월호 참사의 배경에 ‘가만히 있으라’는 말로 상징되는 기존 교육이 있다고 여긴다. 인성과 적성을 키우고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을 고정된 테두리 안에 몰아넣고 결국은 목숨까지 앗아가는 교육이 되고 있다는 절박한 인식이다. 여기에다 지난 4년여 동안 진보 교육감들이 보여준 성과가 학부모들의 선택에 일정한 기준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경기도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혁신학교 실험, 친환경 급식을 비롯한 교육복지 강화, 교사·학생·학부모 등이 함께 참여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 등이 그런 사례다.
새 교육감과 교사들은 이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교육혁신을 이뤄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됐다. 가장 시급한 것은 진보 교육감들이 첫번째 공동 공약으로 제시한 입시 고통 해소 및 공교육 정상화다. 여기에는 혁신학교의 성과를 모든 학교에 확산하는 것을 비롯해 특목고-자사고-일반고 등으로 서열화한 기존 고교 체제를 전면 재검토하는 일 등이 포함된다. 특히 곧 5년의 지정기간이 만료되는 25곳의 자사고에 대해서는 치밀하면서도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고 모든 학생에게 고른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교육복지도 이에 못잖게 중요하다. 학생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 자율적 시민이 될 수 있도록 민주주의 훈련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공교육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이 이미 학교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헤아려 교육혁신이 성과를 내도록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과거처럼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린 정책을 일선학교에 강요하거나 교육자치 정신을 훼손하는 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초·중·고 교육에 큰 영향을 끼치는 대학입시 제도의 개혁에서는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가 필수적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바라는 방향으로 교육현장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도록 재정지원을 늘리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교육은 박근혜 정부가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2006년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학부모들의 뜻이 이번처럼 집약돼 표현된 것은 처음이다. 모처럼 맞은 좋은 기회다. 교육현장과 관료기구 등에 자리잡은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소극적 태도가 우려되지만, 뜻이 강하면 길도 보이는 법이다. 교육에서 새 길을 찾지 못한다면 세월호 참사의 그림자는 우리 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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