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끝났지만 경제정책 기조에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며칠 전 “정부는 국가 안전관리 시스템의 대개조와 함께, 공공개혁을 비롯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어렵게 살려낸 경제회복의 불씨를 더욱 크게 살리”겠다고 밝혔다. 정책기조의 일관성 유지라는 면에서 박 대통령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인식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침몰은 규제 완화가 무분별하게 진행되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줬다. 선박의 나이 제한을 풀어준 게 사고를 낳는 데 큰 구실을 했음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그런데도 규제 완화가 한 축을 이루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하니 걱정스럽다. 세월호 침몰은 또한 경제행위가 공생·공유·공평 따위 가치와 함께해야 함을 가르쳐줬다. 이런 가치를 무시한 경제행위는 한동안 성장률을 높여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겠지만, 지속가능하지 않고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더 높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3개년 계획에서는 이와 관련해 깊이 고민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민주화가 그런 고민의 한 대목일 텐데 정책 추진과제에서 실종된 상태이다.
박 대통령이 말한, 경제회복 불씨를 살리는 것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우리 경제가 여전히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경제민주화와 따로 놀면 기대하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경제회복 성과가 고소득·고자산 계층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 경제민주화를 되살리는 게 필요하다. 현오석 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 교체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 현재 경제팀은 이래저래 리더십이 손상돼 정책 추진에 제대로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다. 바꿀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갈 것인지 얼른 결정해 정책 추진 사령탑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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