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행위를 하는 단체나 개인을 공개할 수 있는 제도가 작동조차 않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박원석(정의당)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2007년과 2011년에 각각 도입된 불성실 기부금 수령 단체와 조세포탈(탈세)범 명단 공개 제도가 지금까지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 정부는 여러 핑계를 대지만 심각한 직무유기이며, 사실상 탈세를 방조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세기본법 개정안에 근거를 두고 있는 명단공개제도는 탈세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탈세에 대해서는 선진국일수록 엄한 형벌과 함께 명단을 낱낱이 공개함으로써 ‘사회적 징벌’까지 받도록 하고 있다. 형벌만으로는 탈세 근절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과세당국은 탈세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기는커녕 오히려 숨기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관기관들끼리 정보 공유도 꺼리고 있다.
불성실 기부금 수령 단체에 대한 국세청의 조사는 해마다 이뤄지고 있다. 불성실 기부금 수령이란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끊어주는 행위로, 주로 종교단체들이 연루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세청은 종교계의 반발을 우려해 겨우 전체 대상의 0.1% 이내의 표본조사인데도 적발 건수와 금액만 발표하고 개별 명단은 숨기고 있다. 과세당국은 종교단체를 여전히 성역처럼 대접하고 있다. 과세체계에서 이처럼 어느 한 곳에 구멍이 생기면 탈세 근절은 요원해진다.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탈세범 정보 공개도 표류하고 있다. 국세기본법에는 세금탈루액이 5억이 넘는 탈세범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지만, 검찰에서 관련 자료를 넘겨주지 않아 명단 공개를 할 수 없다는 게 국세청의 해명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기획재정부, 법무부, 안전행정부 등에 명단 공개와 관련한 입법 보완 요구와 더불어 유권해석을 요청했으나 아무 데서도 아직 답이 없다고 한다. 탈세 정보 공개제도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협조가 이뤄지기는커녕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늘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다. 증세 없이 늘어나는 복지 재원과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려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원 확대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그럼에도 탈세 정보 공개제도에는 지금까지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조원에 가까운 세수 결손이 생겼고, 올해도 세수 부족이 심각하다. 말과 실천이 다른 무책임한 정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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