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건축축제인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한국관이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1995년 한국관이 문을 연 이래 19년 만에 이룬 쾌거이자 한국 건축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건이라 할 만하다. 그동안 국제적 인지도가 꾸준히 올라갔으나 주목할 만한 수상 실적을 내지 못했던 한국 건축은 이번에 권위 있는 건축상을 받음으로써 단숨에 세계의 인정을 받게 됐다. 수상의 영광을 안은 조민석 커미셔너와 한국관 전시팀에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이번에 한국관이 대상을 받은 데는 비엔날레 쪽의 요구에 부응한 한국팀의 기획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0년의 근대화를 건축으로 성찰하는 ‘근대의 흡수’라는 비엔날레 주제에 맞춰 한국관은 ‘분단’을 중심에 두고 한반도 100년을 담아냈다. 특히 건축공학을 전공한 시인 이상의 시 ‘오감도’에서 착안해 ‘한반도 오감도’를 주제로 제시한 것이 주최 쪽의 흥미를 돋웠음 직하다. ‘조감도’에서 한자 획이 하나 빠진 것이 ‘오감도’이듯이, 북한의 건축을 그쪽의 목소리로 소개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뜻도 담겼다. 한국관 정중앙에 개발독재를 상징하는 세운상가를 제시한 것은 한국 근대화의 영광과 상처를 동시에 보여주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건축과 정치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이번 전시에 북한 건축가들이 함께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팀은 애초 북한 건축가들이 참여하는 남북 공동 전시를 기획했으나 지난해 남북관계가 일그러지면서 공동기획이 무산됐다고 한다. 북한이 함께했다면 주제를 좀더 충실히 할 수 있었을 것이고 분단 극복의 의지를 담아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남과 북이 건축으로 서로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베네치아 비엔날레로부터 큰 상을 받음으로써 건축계는 한층 더 성숙할 기회를 얻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 건축이 단순히 돈으로 쌓아올린 부와 욕망의 상징이 아니라 공공성을 구현하는 예술로, 공동체의 삶과 정신을 담는 그릇으로 도약하기를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