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병사들의 교육훈련을 대학의 교양학점이나 기업체의 호봉 등으로 환산해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국방부는 병사들의 학업 단절과 군 복무에 대한 사회적 보상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내용의 타당성이 떨어지고 실효성도 없어 보인다. 국방부는 밀어붙이기식 추진을 중단하고 좀더 보편적인 해법을 찾기 바란다.
이 방안은 우선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거나 제대 뒤 진학하지 않을 사람은 재학 중 입대자에 비해 차별당할 수밖에 없다. 국방부는 대학에 다니다가 입대하는 사람이 전체의 85% 정도를 차지한다고 말하지만, 나머지 15%도 적은 수가 아니다. 이미 군복무를 마치고 취업한 사람도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여성과 장애인 등 군대에 가지 않는 사람은 원천적으로 이런 기회에서 제외된다.
더 큰 문제는 병사들의 교육훈련을 대학 교육의 일부로 볼 수 있느냐는 데 있다. 국방부는 군 제대자 전체에게 교양 및 일반선택 과목에서 9학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했는데, 이는 대학 교육 내용을 사실상 국방부가 결정하는 식이어서 그야말로 자의적이고 일방적이다. 대학 쪽 입장에서는 군복무 경험을 일률적으로 학점으로 인정해줘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국방부는 학점 인정 여부는 대학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하면서도 법적·제도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군사정권 때나 가능할 법한 발상이다. 기업들이 군복무 경험을 호봉 등으로 인정하는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이제까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온 내용을 정부가 강제할 경우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군 입대자들이 학업과 진로 모색 등에서 일정한 불이익을 받는 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또다른 차별을 낳을 수 있는 대책은 시행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해법의 실마리는 군복무 환경을 개선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일과시간을 엄격하게 지키고, 그외 시간을 각자 잘 활용할 수 있다면 학업 문제는 상당히 완화된다. 지금도 많은 병사가 원격강좌 등으로 학점을 따고 있다. 나아가 군복무 기간 단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의무 복무 기간을 18개월 정도로 줄이고 직업군인을 더 늘리자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군복무 학점 인정제는 위헌 결정 뒤에도 국방부가 부활을 추진해온 군복무 가산점제를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다. 국방부는 정도를 걷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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