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마무리했다. 안보실장과 홍보수석 경질에 이어 정무·경제·민정·교육문화 등 4명의 수석을 교체했다. 제3기 청와대 진용을 출범시킨 셈인데, 의아스런 대목이 많다.
이번 개편에서 새로운 참모진의 면면보다 눈에 띄는 것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유임이다. 김 실장에 대해선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에서도 경질을 요구해왔다. 김 실장은 역시 힘이 셌다.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그리고 청와대 참모진의 절반 이상이 바뀌는 개편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끄떡없는 건재를 과시했다. 그에게 따라붙는 ‘부통령’, ‘기춘대원군’ 등과 같은 항간의 별칭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김 실장 유임이 갖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먼저, 김 실장은 주요 직책의 인선과 후보 검증을 총괄하는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사 검증에 실패한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다. 더구나 안대희 총리 후보자 낙마에 이어 문창극 후보자 역시 논란에 휩싸이면서 청와대의 부실 검증 책임론이 더욱 커지고 있는 터이다. 김 실장은 청와대와 정부의 주요한 직책에 ‘피케이’(부산·경남), 검찰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불거진 인사편중 시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세월호 침몰사건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우왕좌왕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김 실장을 교체하지 않는 청와대 진용의 개편은 ‘팥소 없는 찐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김 실장 경질 여부는 박 대통령의 변화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었다. 박 대통령이 안팎의 교체 요구를 물리치고 김 실장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인 것은 국정운영 방향을 바꿀 생각이 없음을 보여준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고 국가개조를 다짐하고 수많은 각오를 내보였지만 변하는 것은 별로 없을 것이란 전망이 더욱 힘을 받게 됐다.
박 대통령이 조윤선 정무수석과 안종범 경제수석 등 대선 캠프 측근들을 청와대로 불러들인 것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국정의 중심을 소통과 타협보다 친위체제 구축을 통한 정면돌파로 잡고 있다는 신호로 보이기 때문이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대폭적인 규제완화와 감세를 주장하며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에 제동을 걸었던 인물이다. 무분별한 규제완화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돼왔다. 박 대통령이 지방선거 결과에 담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인사에서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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