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그동안 여러 교회와 단체, 학교 등에서 강연했다는 내용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한다. 그것은 단순히 친일이니 친미니 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이 땅에 살고 있는 국민으로서 결코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수없이 토해냈다. 이제는 그의 총리 자격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무의미해 보인다. 그가 과연 대한민국 국민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할 상황이다.
각종 강연으로 드러난 그의 신념과 철학, 역사관은 매우 뚜렷하다. “조선민족은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므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불가피”했으며, “한국이 온전하게 독립했으면 공산화될 수밖에 없었”고, 제주4·3 사건은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이며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문제를 사과받을 필요도 없다”는 것 등이다. 우리 민족성에 대한 철저한 비하와 일제 강점을 합리화하는 친일 식민사관, 극단적 반공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된 남북 분단 불가피론으로 점철돼 있다. 여기에 빗나간 종교적 신념까지 더해져서 가장 끔찍한 이데올로기를 형성하고 있다.
문 후보자는 자신의 발언 내용이 파문을 빚자 “교회라는 특정 장소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어서 일반인의 정서와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며 “오해의 소지가 생긴 것은 유감”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문 후보자에게 묻고 싶다. 교회가 아닌 일반 장소에서 말하면 ‘조선민족은 부지런하고 독립심이 강한 민족’ 등으로 모든 게 180도 바뀐다는 말인가. 분명히 말하지만 그의 발언들은 너무나 명료해서 오해하고 싶어도 오해할 소지가 전혀 없다. 이제 와서 교회 강연 탓이라는 말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나라 국무총리에게는 대통령과 국민을 연결하는 소통의 메신저로서의 역할이 매우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 문 후보자의 사고와 인식은 국민을 아우르고 소통시키기는커녕 국민의 보편적 정서와도 동떨어져 있다. 식민사관에 바탕을 둔 ‘민족개조론’을 갖고 ‘국가 개조’를 하겠다고 나설 것을 생각하면 섬뜩하기조차 하다. 여기에 아무 데나 ‘하나님의 뜻’을 갖다 붙이는 종교적 편향까지 고려하면 아무리 봐도 총리로서는 부적격한 인물이다. 총리보다는 차라리 개인의 신앙생활에 매진토록 하는 게 훨씬 나아 보인다.
문 후보자의 각종 망언은 청와대의 인사검증 과정에 여전히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준다. 지명 하루 만에 언론에서 찾아낸 발언 내용을 두고 청와대 쪽이 “그런 발언이 보도 등을 통해 공개된 적이 있는가”라고 변명하는 것은 난센스다. 어쨌든 문 후보자의 총리 자격 문제로 더 왈가왈부하는 것은 시간낭비가 아닐까 싶다. 청와대는 검증 실패의 책임을 자인하고 곧바로 지명을 철회하는 게 그나마 파문을 조기에 수습하는 길이다. 문 후보자도 이쯤 됐으면 거취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임을 알기 바란다.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문창극, 국무총리 자격 없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