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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망각 증후군’

등록 2014-06-15 18:16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청문요청서가 17일 국회에 제출된다. 야권이 문 후보자 임명 강행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박 대통령은 16일 해외 순방 길에 오르는데 마침 세월호 침몰 사고 2개월이 되는 날이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 박근혜 정부가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박근혜 정부의 태도는 오히려 6·4 지방선거 이전과 이후로 확연하게 갈린다. 선거 이전엔 눈물로 호소하며 도와달라고 머리를 조아리더니 선거가 끝나자 세월호 사건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 고개를 뻣뻣이 세우며 눈을 부라린다. 참패가 예견됐던 선거에서 그럭저럭 성적이 나오자 180도 돌변한 것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속담을 이 정부는 너무도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 많던 참회와 반성은 어디로 갔는지 온데간데없다. 그 대신에 여론을 거스르고 야당을 무시하는 독주와 일방통행이 넘쳐난다. 이제 정권의 기조가 세월호 이전으로 완벽하게 회귀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문창극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려는 태도는 여권의 ‘세월호 망각 증후군’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창극 후보자에 대해선 국민 3명 중 2명꼴로 사퇴 의견이 높게 나온다. 심지어 새누리당 지지층에서조차 사퇴 여론이 우세하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문 후보 사퇴론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문 후보가 선거 이전에 지명됐어도 박 대통령이 지금처럼 밀어붙일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은 5월19일 대국민 담화에서 재앙을 부른 원인으로 ‘끼리끼리 문화’를 지적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단행한 내각과 청와대 개편에서 ‘친박’과 ‘박근혜 캠프’ 출신들이 대거 약진했다. ‘친위내각’이니, ‘친정체제 강화’니 하는 해석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정권의 ‘끼리끼리 문화’는 더욱 짙어졌다고 볼 수 있다. 세월호 이전이나 이후나 ‘부통령’ 소리를 들어온 김기춘 비서실장의 위세엔 조금도 변함이 없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득달같이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들고나온 데서도 세월호 망각 증후군이 새삼 확인된다. 새누리당이 직선제 폐지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데 이어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지방자치발전위원회도 교육감 직선제 폐지 보고서를 의결할 예정이라고 한다.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적 인물들이 약진한 데엔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참패를 겨우 면한 정도의 지방선거 성적으로 교육감 선거에 담긴 민심을 깡그리 짓밟으려는 것은 오만방자한 태도다. 경쟁 교육을 앞세우며 극보수적 성향을 보여온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도 민심 역주행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국민이 박 대통령을 구했다’고 판단한다면 크나큰 착각이다. 그것은 희생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거니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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