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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독교 근본주의 총리’로 통합 이룰 수 없다

등록 2014-06-16 18:35수정 2014-06-17 16:52

언행으로 드러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문제점들은 손가락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이미 지적한 대로 일제강점을 정당화하는 식민사관이나 제주4·3사건을 공산주의 폭동이라고 말하는 극단적 반공주의는 총리가 되겠다는 사람의 사고방식으로서는 묵과할 수 없는 몰상식의 극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가 강연에서 보여준 기독교 유일주의 태도도 국민의 건전한 양식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국정의 핵심 책임자가 근본주의적 종교 편향에 빠져 있어서는 국민통합을 이루기는커녕 나라를 분열로 이끌 우려만 크다.

문 후보자의 동영상 발언을 보면 이런 걱정이 단순한 기우라고 하기 어렵다. 그는 일제 36년 지배도, 남북 분단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다. 6·25 전쟁도 미국을 붙잡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도 남북 협상 같은 것은 필요 없고 ‘하나님의 터치’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우리나라 근대사와 현대사를 보면 하나님의 눈으로밖에 한국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기독교 근본주의가 몸에 배지 않고서야 이렇게 아무 데나 ‘하나님 뜻’을 갖다 붙일 수는 없다.

문 후보자는 논란이 된 발언들이 “종교인으로서 교회 안에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가 강연을 한 곳은 수백명의 신자들이 모인 서울의 대형교회다. 사실상 공공장소다. 교회 안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더구나 개신교인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한 발언이니까 괜찮다는 식이면 한국 개신교인들은 역사도 모르고 정의도 모르는 ‘미개한 국민’이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 그런 발언이야말로 개신교인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문 후보자는 강연에서 윤치호를 옹호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윤치호 같은 극단적 친일파 개신교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시대에 개신교 주류는 도산 안창호, 규암 김약연처럼 일제에 항거하여 민족교육과 독립운동에 헌신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배우지 않고 윤치호 같은 친일파를 선각자로 받드는 것이야말로 일부 보수 개신교의 비극이다. 이런 배경에서는 신앙심이 깊을수록 역사와 겨레를 배반하게 된다.

문 후보자같이 극단적 종교 편향에 갇힌 사람이 총리가 된다면 그렇잖아도 걱정스러운 종교 갈등이 더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불교계와 유림이 문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한 것은 이런 극단적 종교 편향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정부가 최소한의 국민통합 의지라도 있다면 문 후보자를 청문회에 세워서는 안 된다.

“대통령 얼굴에 똥칠하지 말고…” [한겨레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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