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규제를 완화해야 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집을 담보로 삼아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때 지금보다 더 빌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가 핵심이다. 결론부터 말해 이 사안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잘못 건드리면 실익은 크지 않으면서 가계부채 위험 등을 키울 수 있다.
논란의 불씨는, 보도된 대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던졌다. 최 후보자는 지명을 받은 뒤 부동산과 관련해 “지금은 한겨울이다.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고 있으니 감기 걸려서 안 죽겠느냐”는 따위의 말을 했다. 부동산 대출규제의 핵심인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높여 대출 한도를 늘리도록 해야 한다는 뜻을 에둘러 밝힌 것이다. 여기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그저께 “(두 비율의) 합리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거들고 나섰다.
최 후보자의 발언은 언뜻 보기에 그럴듯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부동산시장과 나라 경제 현실을 살펴보면 걱정스럽다. 함부로 옷을 갈아입었다간 진짜 심한 감기에 걸릴 수 있다는 말이다. 최 후보자의 구상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엘티브이와 디티아이 한도를 올리면 대출이 불어나 주택 수요가 늘어남으로써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이리되면 아파트 신규 분양이 활발해져 건설업계 등에 호재가 되고 소비 증대를 통해 경제 전반에 긍정적 작용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최 후보자가 생각하는 최상의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대출 확대는 지금의 주택시장에 거품이 끼게 하고 가계부채 구조를 덧나게 할 여지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티아이 확대는 자산계층의 투기수요로 연결되고, 엘티브이 확대는 영세 자영업자의 생계형 대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 등도 있다. 그 과정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터진다면 파장은 간단치 않을 것이다. 확률은 낮지만 만일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엄청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등에서 확인하지 않았는가.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저런 해법을 모색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주택시장과 주택대출의 실태, 그리고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먼저 꼼꼼히 짚어보는 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당장 경기부양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의욕만 앞세워 접근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후과를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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