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문창극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국회 제출을 거듭 연기함에 따라 인사청문회 성사가 불투명해졌다. 안대희씨에 이어 문 후보자도 낙마 직전의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사회부총리를 겸할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 등 교육 분야 최고위직 두 명의 논문 표절도 확인됐다. 그밖에도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등 구린 구석이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인사 참극’이라 할 만하다.
청와대의 부실 검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언론인 출신인 문 후보자에 대해선 칼럼과 강연이 가장 기본적인 검증 항목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가 문 후보자의 칼럼과 강연을 제대로 점검했는지 의문이다. 특히 논문의 표절 여부는 검색 프로그램을 한 번 돌려보는 것으로 손쉽게 알아낼 수 있다. 청와대가 이런 간단한 절차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안대희씨에 대해서도 변호사 검증의 첫단추인 수임료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다.
고위 공직자 인사 실패는 큰 사회적 손실과 비용을 초래한다. 부실 검증과 인사 실패가 되풀이되고 있다면 원인이 뭔지 찾아내야 한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고쳐야 할 것이고, 운용이 문제라면 책임을 묻는 게 마땅하다. 지위고하를 가릴 이유가 없다.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간다면 인사 참극은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은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맡고 있는데, 위원장은 비서실장이 겸하고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인사위원장으로서 두 차례나 총리 후보자를 부실하게 검증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새누리당 유력 당권 주자인 김무성 의원도 “김 실장이 인사와 공천에 개입한 것은 잘못”이라며 김 실장 인사 책임론을 공론화하고 나섰다. 김 실장은 스스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물론, 인사 실패의 최종 책임은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에게 부실 검증의 책임까지 묻긴 어렵다. 후보자에 대한 구체적, 실무적 검증은 어디까지나 인사위원회의 몫이다. 대통령이 마음을 둔 인물이란 이유로 검증 시늉만 냈거나 문제점을 찾아내고도 눈감았다면 인사위원회가 제구실을 못한 것이다. 이런 인사위원회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집안 개조도 못하면서 국가 개조를 논하고 공직사회 개혁을 꾀할 수는 없다. 박 대통령이 이번에 인사위원회를 고치지 않고 책임자 잘못을 묻지 않는다면 앞으로 공직사회 개혁이니 국가 개조니 하는 말은 꺼내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박근혜 ‘돌파 참극’[21의 생각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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