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인사 문제로 나라가 이렇게 총체적인 난기류에 빠진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청와대가 자신의 손으로 고른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사퇴하라는 신호를 공개적으로 보내고 당사자가 이를 거부하는 사태부터가 일찍이 보지 못한 장면이다. 자격 미달자는 총리 후보자 한 명뿐이 아니다. 교육부와 안전행정부 장관, 국정원장 후보자 등 ‘낙마 대상자들’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나라 전체가 잘못된 인사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우선 청와대는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인선에 실패했다면 수습이라도 제대로 해야 할 텐데 그것마저 낙제점이다. 며칠째 계속되는 ‘문창극 혼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경영능력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문 총리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제출 결정을 중앙아시아를 순방중인 박 대통령의 귀국 때까지 미룬다는 것은 누가 봐도 사실상 지명을 접었다는 뜻이다. 사정이 그렇다면 솔직하게 본인에게 통보하고 사퇴를 요청하는 게 맞는데도 청와대는 그런 용기마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버티고 있는 문 후보자도 참으로 딱한 사람이지만 현재 빚어지는 혼란상의 더 큰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이제는 설사 문 후보자가 사퇴를 발표해도 ‘자진사퇴’라고 여길 사람도 아무도 없게 됐다. 누가 봐도 청와대한테 등 떠밀려 중도하차한 게 확실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청와대가 문 후보자를 주저앉히거나 국회 임명동의안 제출을 강행한다고 해서 사태가 해결될 수준을 넘어서 버렸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계속된 패착과 판단착오로 스스로 헤어나오기 힘든 수렁에 빠졌다.
총체적 난국은 총체적 결단으로 풀지 않으면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총리 지명 실패는 이번이 벌써 세번째다. 더는 미봉책으로 어물쩍 넘어가서도 안 되고 넘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가야 할 길은 정해져 있다. 첫째, 인사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둘째,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인사 책임자들을 단호히 문책하고 인사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에 착수해야 한다. 셋째, ‘6·10 개각’의 내용을 원점으로 돌리고 다시 판을 새롭게 짜야 한다. 어차피 이번 개각은 화합과 소통 등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과는 동떨어진 인사였다. 지금의 혼란상은 박 대통령의 변함없는 오만과 아집에 따른 필연적 업보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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