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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박근혜 대통령, 갈림길에 서다

등록 2014-06-20 18:53

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21일 귀국한다. 박 대통령은 문창극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재가 여부를 귀국 이후 검토하겠다고 했다. 문 후보자가 완강히 버티고 있지만 여론과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건대 박 대통령이 지명을 강행하기 어렵다는 건 너무도 분명하다.

문제는 귀국길의 박 대통령 앞에 놓인 숙제가 단순히 문 후보자 지명 여부를 훌쩍 넘어섰다는 점이다. ‘6·10 개각 인사 파동’은 가려져 있던 박근혜 정부의 온갖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김기춘 비서실장 등 소수의 측근·실세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독선적, 비공식적 국정운영의 폐해다. 균형감각을 최고의 덕목으로 요구하는 총리 자리에 극단적인 우편향 인물을 인선하는 모습에서 생각이 다른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폐쇄적 인사코드의 폐단도 거듭 확인됐다. 치명적 허물조차 얼렁뚱땅 넘기고 보는 검증시스템의 허술함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처럼 국정운영 전반에 걸친 ‘적폐’를 청산하지 않은 채 그저 총리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는 것으로는 성난 민심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는 게 박 대통령이 맞닥뜨린 문제의 본질이다.

박근혜 정부의 한심한 ‘민낯’을 들여다본 민심은 어느 때보다 성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기의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20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43%, 부정평가는 48%였다. 부정평가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최고치이며,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세월호 침몰 사건 때보다 더 싸늘하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가 여당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은 박 대통령이 직면한 정치적 위기의 실체를 매우 또렷하게 보여준다. 박 대통령의 일방독주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선 것은 혈기방장한 초선 의원이나 ‘혈통’이 다른 친이계 의원뿐만이 아니다. 이제 친박의 중진들조차 박 대통령의 ‘비정상적 국정운행’에 고개를 가로젓기 시작했다. 당권 주자인 서청원 의원이 문창극 후보자 지명 강행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게 대표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박 대통령이 집권당을 주머니 속의 물건처럼 통제하고 장악하려 들면 여당의 대오이탈은 가속화할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이 제 갈 길을 가는 순간부터 레임덕이 본격화한다.

박 대통령은 지금 벼랑 끝에 위태롭게 서 있다. 박 대통령은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달라’거나 ‘대통령 지키기냐, 버리기냐’ 따위의 ‘비정상적 구호’를 앞세운 끝에 가까스로 얻은 6·4 지방선거 성적표를 진짜 실력으로 착각한 나머지 민심을 잘못 읽은 것이다. 민심의 오독은 통합을 외면한 돌파로 이어졌다. 6·10 개각의 인사 파동은 그 결과물이다. 박 대통령이 또다시 민심에 눈감고 일방적인 국정운영을 답습한다면 국민이 정말로 박 대통령을 버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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