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거취를 둘러싼 막장 드라마가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귀국하면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전망됐지만, 주말이 지나도록 아무런 변화가 없다. ‘문창극 총리’가 안 된다는 데 대해선 지금 누구도 다른 의견이 없을 터이다. 그런데도 임명권자와 후보자가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웃지 못할 모양새는 며칠째 그대로다. 정국의 현안이고 해법이 뻔한데도 이러니, 청와대의 무능과 비겁을 탓하는 것이다.
문 후보자가 자신의 뜻으로 물러나진 않을 것이라는 점은 지난 며칠간 그의 언행으로 분명해졌다. 그는 자신의 거취는 “박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런 태도에 대한 찬반은 둘째 치더라도, 문 후보자에게 총리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당당하고 옳다. 지금 와서 자진사퇴의 모양을 취한다고 한들 누가 믿겠는가. 그런데도 총리임명동의안의 국회 제출에 대한 재가를 며칠씩 미뤄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꼼수’일 뿐이다. 자신의 뜻으로 문 후보자를 지명한 대통령이 정작 부실 검증과 인사 실패의 책임은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정 공백 역시 다른 누구도 아닌 박 대통령 자신의 무책임한 태도에서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지명을 철회하고 잘못을 사과해야 한다. 부실 검증과 인사 실패가 문 후보자 한 사람에 그친 것이 아닌 만큼, 다른 개각 내용도 재검토하는 것이 옳다. 그런 연후에 거듭된 인사 참극의 원인과 책임을 따져야 한다.
긴급 수술 대상은 청와대 자신이다. 이번 같은 인사 실패가 끊이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박 대통령의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인사 스타일에 있다. 공식기구가 방대한 인사 데이터베이스에서 후보군을 추렸던 과거 정부와 달리 박근혜 정부에서는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후보를 정했는지부터 불투명하다. 대부분의 주요 인사는 ‘대통령 1인’의 판단에 기대는 구조라고 한다. 그러니 검증 역시 제대로 될 리 없다. 이번 개각에서도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몇 후보자의 논문 표절을 확인했지만 대통령의 ‘낙점’을 거스르지는 못했다고 한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총체적 무력화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으로서 일을 이 지경에 이르도록 둔 김기춘 비서실장의 문책은 당연하다. 청와대 외부 인사위원회 구성 등 인사 시스템의 전면 정비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또 책임을 회피하려 하다간 더 큰 화를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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