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 참사가 일어났다. 동부전선 최전방 지오피(GOP·일반전초)에서 병장이 동료 병사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쏴 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총기를 난사한 병사는 소총과 실탄을 소지하고 탈영해 수색부대와 교전을 벌이기도 했다.
군대 내 총기 사건은 거의 주기적이다 싶을 정도로 반복되고 있다. 2011년에는 해병대 2사단 해안초소에서 사건이 일어나 4명이 숨졌다. 또 2005년에는 경기도 연천군 전방초소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장교·병사 8명이 숨졌다. 이 사건 뒤 국방부와 육군은 병영 내 악습을 없애기 위한 병영문화 개선대책을 마련해 시행해 왔지만, 총기 사건은 사라지지 않았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제대를 3개월 남겨둔 말년 병장이 저지른 일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정부와 육군은 사건의 원인이 무엇인지 면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일을 낸 임아무개 병장은 지난해 4월 실시한 인성감사에서 에이(A)급 관심병사로 분류됐다고 한다. 에이급(특별관심대상)이면 업무 피로도가 높고 긴장감 속에서 근무하는 지오피 경계부대에서 제외된다. 그런데 임 병장의 경우 지난해 11월 실시한 인성검사에서 비(B)급(중점관리대상)으로 바뀌었다. 그 뒤 지오피 근무에 투입됐다. 인성검사에서 부적절 판정을 받았던 병사가 지오피에 배치된 것이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왜 에이급 관심병사가 비급으로 바뀌었는지, 그 검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비급 병사를 지오피에 투입시킨 지휘관의 결정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군당국은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다. 또 최근 병력 부족으로 비급, 시(C)급(기본관리대상)도 지오피 근무에 투입해왔다고 하는데, 관심병사 관리 제도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해당 지오피 부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사고가 났던 곳이다. 그만큼 근무 긴장도가 높다는 얘기다. 게다가 최근에는 무인기 발견과 북한의 위협으로 인한 경계 강화로 지오피 근무 병력이 초긴장 상태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이런 근무 여건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현재 지오피 병력에 대한 심리상담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군당국은 근무기강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병사들이 적절한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병영문화와 근무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이런 참사는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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