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문창극 사태가 KBS 탓이라는 사람들

등록 2014-06-23 19:03

<중앙일보>가 여론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슬러 ‘문창극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앙일보는 23일치에 1면 기사에 더해 6, 7면 전체를 털어 자사 주필 출신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옹호하고 문 후보자 비판 보도를 반박하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주목할 것은 중앙일보가 ‘<한국방송>(KBS)의 문 후보자 교회 강연 내용 보도’를 집요하게 문제 삼았다는 사실이다. 중앙은 1면에서 ‘각계 원로·중진 인사 482명의 성명’을 실어 “케이비에스가 문 후보자가 (온누리)교회에서 한 강연의 일부만 인용해 친일·반민족으로 몰아간 것은 언론의 본분을 망각한 너무도 중대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7면에서도 1면의 내용을 반복하면서 “주목되는 것은 이들이 문 후보자의 총리 인준 여부보다 ‘케이비에스 왜곡보도’를 정면으로 거론했다는 점”이라고 썼다. 또 7면의 통단 제목도 “케이비에스 왜곡보도로 중요 사안 잘못 결정해선 안 된다”로 실어 ‘문창극 사태’의 원인이 죄다 한국방송에 있는 것처럼 몰아갔다.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은 사태를 키운 사람은 문 후보자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문 후보자는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부터 과거 칼럼들이 문제가 됐다. 김대중·노무현 전직 대통령들을 근거도 없이 비난한 칼럼들과 ‘위안부 사과 필요 없다’는 식의 역사의식 없는 칼럼들만으로도 벌써 대한민국 총리로서 결격이라는 말을 들었다. 한국방송의 교회 강연 보도 이후에 총리실은 강연 동영상 3편을 모두 누리집에 올려놓고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했으나 여론은 오히려 더 싸늘해졌다. 또 해명·변명·사과를 오락가락하는 과정에서 총리에 어울리지 않는 품위 없는 언행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 모든 사태는 문 후보자의 자업자득이다. 문 후보자를 놔두고 한국방송에 분풀이를 할 일이 아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수구보수세력의 한국방송 흔들기다. 중앙이 ‘진짜 문제는 한국방송의 왜곡보도’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길환영 전 사장 해임 이후 한국방송의 변화 움직임이 수구보수세력의 불안을 깨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23일치 <동아일보>의 ‘김순덕 칼럼’이 “6월11일 케이비에스의 문창극 (강연) 보도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한국방송에 칼을 들이댄 것도 심상찮다. 수구보수세력의 한국방송 흔들기가 제2의 청와대 해바라기를 사장으로 불러들이려는 수작이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