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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최경환 코드 맞추기’ 민망하고 위험하다

등록 2014-06-23 19:03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친박 실세’라는 세평이 맞긴 맞는 것 같다. 최 후보자가 부동산 대출규제인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호응하고 나섰다. 게다가 한국은행까지 최 후보자를 배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건설사 짬짜미에 따른 제재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하나같이 ‘최경환 코드 맞추기’로 봐도 그르지 않은 행태다. 보기에 낯간지럽고, 정책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어 걱정스럽다.

우선 부동산 대출규제 업무를 책임진 신 위원장 태도가 문제다. 그는 보름 전 “새로운 경제팀이 들어서면 모든 부분을 검토해 나가겠다” “금융이 실물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를 관계부처와 검토해보겠다” 따위의 말을 했다. 열흘 전쯤 “대출규제는 당연히 완화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과 거리가 있다. 그간의 관행으로 미뤄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정부 경제팀을 이끌 최 후보자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한 입발림말이라고만 하기가 어렵다. 대출규제를 완화할 생각이 없다고 했을 때는 그 위험을 직시했기 때문일 텐데,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는지 궁금하다. 이래서야 정책이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한은 또한 문제가 많다. 대출규제 완화가 적절한지를 두고 “종합적으로 감안해 신중하게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견해를 바꿨다. “(현행 규제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다소 제약하는 측면이 있”다는 얘기를 덧붙이기도 했다. 규제완화에 사실상 부정적이다가 유보적인 쪽으로 자세를 트는 것을 지켜보자니 당혹스럽다. 한은이 가계부채 등 현안과 관련해 제대로 된 진단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한은이 그토록 중시하는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지켜나가는 데에도 악재이다.

최 후보자가 큰 힘을 부리는 경제부총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빚어지는 이런 일들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이어지면 정부 경제부처 간에, 그리고 정부 부처와 한은 간에 좋은 의미의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규제완화가 옥석을 가리지 않은 채 추진되는 등 폐해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만큼 최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더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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