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23일 관련 혐의자 수십명을 기소했다. 롯데홈쇼핑에선 대표를 포함한 전·현직 임직원 10명이 법정에 서게 됐다. 거래업체로부터 뒷돈을 챙기거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다. 중개업자(벤더)와 납품업체 관계자 13명도 이들에게 뒷돈을 건네거나 비자금 조성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홈쇼핑업계의 광범위하고 뿌리깊은 비리 구조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검찰에 기소된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의 비리 행태는 혀를 내두르게 할 지경이다. 상품 소개나 황금시간대 편성 같은 청탁을 들어주며 금품을 받는 건 예사였다. 개인적인 주식투자 손실, 전처의 생활비, 심지어 아버지의 도박빚까지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횡포를 저질렀다. 뒷돈을 받으며 친인척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등 수법도 치밀했다. 홈쇼핑업계의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게 홈쇼핑 관련 납품비리다. 2012년에도 검찰이 현대홈쇼핑을 비롯한 업체 4곳에서 벌어진 대규모 비리 사건을 적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현재 6개사가 참여하고 있는 홈쇼핑사업은 특권사업이다. 정부로부터 채널 승인을 받은 특정 업체만 할 수 있다. 정부가 진입장벽을 쳐주는 가운데 독과점적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 만큼 공익성을 중시하고 윤리적 책임의식도 일반기업보다 더 철저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홈쇼핑업계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갑질’로 영세한 납품업체들한테 원성을 사고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해당 업체에선 주로 임직원의 개인비리에 초점을 맞추며 땜질식 대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비리의 온상’은 바뀌지 않았다.
홈쇼핑업계의 자정 노력만으로는 비리를 근절할 수 없다. 심각한 비리가 적발된 홈쇼핑업체에는 정부가 채널 재승인 심사 때 불이익을 줘야 한다. 납품업체에 불공정 계약을 강요하거나 부당한 이득을 취득하는 경우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즉각 정지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방송법 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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