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5일 “더 이상 쌀 관세화를 유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되, 관세 부과를 통해 수입물량을 조절하도록 하겠다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물량을 빼고는 쌀 시장을 열지 않았다. 정부의 쌀 개방 정책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여서 파장이 작지 않을 것 같다. 이미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충분한 공론화를 거치는 게 더 필요해졌다.
정부는 현행 의무수입 제도를 유지하는 것보다 관세 부과 방식을 취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한해 40만9000t에 이르는 수입물량도 소화하기 벅찬 마당에, 관세화 유예를 받아내는 대가로 도입 물량을 늘리면 폐해가 만만찮으리라고 예상한다. 쌀 소비가 줄어들어 공급이 넘치는 추세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관계국들과 협상한 결과, 관세화 유예를 받아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필리핀을 빼고는 전면 개방을 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는 점도 덧붙인다.
하지만 농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관세화를 받아들이면 국내 쌀 생산 기반이 와해될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처음에는 높은 관세율을 매겨 수입물량을 억제할 수 있겠지만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추가로 추진되면서 세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이리되면 외국산 쌀이 국내시장을 점령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농민단체는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관세화 유예 기조를 계속 지켜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민들에게 쌀이 갖는 상징적 의미와 식량자급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을 터이다.
정부가 이런 상황에서 관세화를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농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피해의식만 더 키울 수 있다.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농민단체와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어느 방안이 농민들과 농업,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깊이 논의해야 한다. 국회와도 충분히 상의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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