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선언에 참여한 교사 284명 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이날 아침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키겠다고 발표한 직후다. 대통령이나 총리 둘 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었는데, 이로써 책임은 전면 부정되고 말았다. 정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세월을 세월호 이전으로 돌려놓았다.
교육부는 국가공무원법 66조 ‘공무외 집단행동’을 들고나왔다. 하지만 교사 선언의 어디가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나 ‘직무전념 의무를 해태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묻고 싶다. 설사 현행법 위반이라 하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교사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일본조차 특정 정책의 지지·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은 막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유엔인권이사회가 한국 정부에 ‘교사·공무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권고하는 보고서를 채택한 게 3년 전이다.
현실적으로 봐도 선언에 참여한 교사의 신분을 밝히기는 대단히 어렵다. 우리나라에는 동명이인이 많다. 같은 이름의 교사만 해도 수십명, 수백명은 될 것이다. 이들을 일일이 찾아가 신분을 확인할 경우, 자신이 맞다고 하면 처벌을 하고, 자신이 아니라고 숨으면 처벌을 하지 않는 건 무슨 희극인가. 이런 일을 하겠다고 검사와 경찰이 학교 현장을 들쑤시고 다닌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무엇보다도 세월호 비극 앞에서 교사들은 가장 큰 피해자 집단이다. 가르치던 학생을 잃었고, 동료 교사를 떠나보냈다. “안내방송을 믿고 대기하라”고 한 말이 결국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말았다는 사실 앞에서 많은 교사가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의심스러우면 되물어야 한다고, 부당한 지시에는 복종하지 말라고 가르치지 못한 것을 자책하고 있다. 그런 교사들에게 고발과 징계를 얘기하는 건 이 정부가 얼마나 공감능력이 상실됐는지 다시 한번 보여줄 뿐이다.
교육부 장관 서남수는 이른바 ‘황제라면’을 먹다 온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런 장관이 세월호 비극에 참담함을 못 이겨 글 한 조각 올린 교사들을 색출하겠다고 법석을 떨고 있다. 검찰의 칼을 빌려 자신의 동료를 치려 하고 있다. 게다가 그는 곧 물러날 사람이다. 도대체 부끄러움을 알기나 하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