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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토부 정부’와 ‘산업부 정부’가 따로 있나

등록 2014-06-27 18:22수정 2014-06-27 20:26

자동차 공인 연비의 과장 논란을 놓고 정부가 쪼개졌다. 26일 정부는 1년 넘게 끌어온 재검증 조사 결과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 형식으로 발표했는데, 국토교통부는 ‘부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적합’ 판정을 했다. 자동차 연비를 둘러싼 시장의 혼란과 소비자 불만을 정부가 해소해주기는커녕 부추기는 꼴이 되고 말았다.

국토부와 산업부가 엇갈린 판정을 내린 까닭은, 각각의 산하기관을 동원해 서로 다른 잣대와 측정 조건으로 검증을 했기 때문이다. 두 부처 모두 현대자동차의 ‘싼타페’와 쌍용자동차 ‘코란도스포츠’를 놓고 표시연비의 과장 여부를 조사했다. 국토부는 이들 차종의 실제 복합연비(도심과 고속도로 주행 연비 합산)가 표시 연비의 허용 오차범위(상하 5%)를 벗어났다는 결론을 내렸고, 산업부는 반대로 ‘문제없다’고 봤다.

자동차 연비는 2003년부터 제조사가 자체 실험과 시험을 거쳐 신고하고 이를 정부 소관부처가 사후 검증해 공인하는 절차를 밟는다. 그런데 애초 산업부에서 담당하던 연비 검증 업무에 2013년부터 국토부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서로 갈등이 빚어졌다. 최종 재검증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두 부처끼리 공방을 벌였다니 한심할 따름이다.

자동차 연비에 대한 국토부와 산업부의 따로따로 검증은 전형적인 중복규제이며 ‘밥그릇 싸움’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당장 현대차 쪽에서 “행정의 대상이자 객체인 기업이 어느 부처의 결론을 따라야 할지 혼란스럽다”며 고개를 흔들고 있다. 국토부의 판정과 과징금 부과조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암시다. 자칫 업계가 산업부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국토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정부의 엇갈린 발표를 핑계 삼아 자동차회사가 연비 부풀리기 의혹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국토부로부터 부적합 판정을 받은 차종을 생산한 현대차나 쌍용차는 자발적으로 소비자 보상에 나서야 한다. 그게 연비 과장 논란의 장기화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자동차 연비 과장의 궁극적인 피해자는 소비자들이다. 소비자 피해를 막으려면 우선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연비 과장에 대한 강제보상 조항을 넣을 필요가 있다. 현재 금융상품으로 한정되어 있는 집단소송 대상에 자동차를 포함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정부가 능력이 없으면 외국처럼 소비자의 집단적 힘을 살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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