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동부전선 일반전초(GOP) 총기난사 사건 이후 세월호 사건 때의 정부 모습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 이 사건을 두고 ‘제2의 세월호 사건’이라는 말이 나오는 터에 유가족과 국민의 불신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사건 발생 엿새 뒤인 27일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 한달여 뒤에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김 장관의 성명은 백승주 차관이 대독했다. 국방부 장관의 사과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대신한 간접사과인 점을 고려하면 ‘이중 간접사과’인 셈이다. 사과 성명을 낸 이유도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김 장관의 전날 국회 발언 등에 대한 유가족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었다. 세월호 사건에서 보여준 무책임한 ‘땜질 대응’의 재판이다.
김 장관이 집단 따돌림을 이번 사건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성급했다. 유가족들이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범행을 저지른 임 병장의 메모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국방부는 유가족들의 분노를 샀다. 국방부의 발표와는 달리 유가족들은 메모 공개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건 당시 응급조처 등이 소홀해 희생이 커졌다는 일부 유가족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다가 뒤늦게 조사해보겠다고 했다. 23일 임 병장을 붙잡은 뒤 몰래 빼돌린 국방부의 조처도 당당하지 못했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 사건이 군 내부의 구조적 문제와 부조리를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국방부의 대처 방식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만큼 책임 있고 철저하지 못하다면 문제의 근원은 온존된 채 군과 국민 사이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국방부의 모습은 여느 돌발사고를 다루는 것처럼 무사안일하다.
세월호 사건이 국민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준 것은 사고 자체뿐만 아니라 정부의 그릇된 대처 때문이었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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