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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통령의 판단력을 의심케 하는 교육장관 후보

등록 2014-06-29 18:28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은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와 같다. 마침내 자신이 수장을 맡으려는 교육부를 속인 혐의까지 드러났다. 김 후보자는 2003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교육부의 용역을 받아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두 보고서가 사실상 같은 내용이다. 두 보고서로 각각 4천만원과 2천만원을 받았으니 적어도 두 번째 2천만원어치는 사기로 번 돈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낯으로 용역을 준 교육부 공무원을 만나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김 후보자는 내정 발표 이후 거의 매일 비리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제기된 것만 30가지가 넘는다. 그 수법도 하나같이 절묘하다. 제자가 쓴 학위 논문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하기, 제자 논문으로 연구비 타내기, 자기 논문 복제해 재사용하기, 연구 업적 부풀리기, 허위 경력 기재, 수상한 사교육업체 주식 보유 등등.

우리나라에 고위공직자 인사청문제도가 처음 도입된 게 2000년이다. 지난 14년 동안 어느 장관 후보자가 김 후보자만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문제를 안고 있었는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 정도면 장관의 자격을 따질 게 아니라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지 법의 잣대를 들이대야 할 판이다. 지금 김 후보자에게 어울리는 자리는 청문회가 아니라 법정이다.

김 후보자가 감히 앉으려는 자리는 교육분야 최고 수장이다. 그가 아이들에게 ‘속이지 마라’, ‘정직하라’고 얘기한다면 웃음거리만 될 것이다. 게다가 교육부 장관은 노동·복지·여성 등 사회분야를 총괄하는 사회부총리도 겸임하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우리 사회 전반의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을 이끌어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자리다. 이해가 충돌하는 집단이 통합에 동의하려면 도덕적 승복이 우선해야 한다. 어느 누가 김 후보자의 말에 다소곳이 귀를 기울이겠는가.

그런데도 김 후보자는 침묵하고 있다. 내정 초기 몇 가지 변명을 늘어놓다가 그마저도 관뒀다. 총리와 달리 부총리와 장관은 국회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임명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눙치고 가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사상 최대 규모라는 7·30 재보선이 딱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새달 9일 열릴 예정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먼저 걱정해야 할 사안이겠으나, 김 후보자를 그대로 끌고 간다면 임명권자의 판단력을 의심하는 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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