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또다시 ‘혁신’을 들고나왔다. 새누리당은 30일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를 발족시켰다. 7·30 재보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참사 등으로 여론이 악화하고 당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혁신 카드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정당이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하겠다는 것 자체는 탓할 바가 못 된다. 문제는 진정성이 있느냐다. 이런 점에서 새누리당의 혁신위 발족을 보면서 드는 첫 느낌은 ‘참으로 염치도 없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것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구태정치의 경연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흙탕 싸움을 계속하면서 변화니 혁신이니 하는 말을 하는 것부터 우습기 짝이 없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톡톡히 재미를 보고 나서는 곧바로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부도’낸 과거가 있다.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한데 다시 같은 간판을 내걸고 ‘혁신 장사’를 하겠다고 나섰으니 참으로 낯이 두껍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 당권 경쟁은 당 혁신위가 출범한 날 오히려 더욱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지금까지는 나름대로 전면에 등장하지 않던 서청원·김무성 두 후보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상대편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또 전당대회에 출마한 다른 후보들까지 난타전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편가르기, 줄세우기, 여론조작 논란, ‘박심’ 공방 등 당권 장악을 향한 추악한 권력게임은 이미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새누리당은 혁신은 그만두고 최소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나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새누리당은 새로 혁신위를 만들기에 앞서 2012년 비상대책위에서 국민에게 했던 약속들이 증발한 이유부터 설명해야 옳다. 당시 새누리당은 당명 교체 등을 통해 개혁과 쇄신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정작 경제민주화, 복지정책, 정치쇄신 등 국민에게 했던 약속들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이 사라졌다. 대통령을 향한 충성 경쟁, 획일적인 조직문화 등 당의 체질 역시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개선된 게 없다.
새누리당은 분명히 이벤트에 강한 정당이다. 혁신위, 비대위, 쇄신위 등 그때그때 이름을 바꿔가며 그럴듯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재주 역시 뛰어나다. 하지만 변화의 ‘시늉’만 하는 것은 언젠가 밑천이 드러나게 돼 있다. 새누리당의 또다른 이벤트가 과연 성공을 거둘지 한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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