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대강 사업에서 발생한 한국수자원공사의 빚을 국민 세금으로 갚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기획재정부에 낸 2015년 예산안에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수공의 부채 8조원 가운데 원금 일부 상환용으로 800억원을 반영해주도록 요청했다고 한다. 거국적 반대를 무시하며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더니 이제 와서 사업비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겠다는 발상이다.
원래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은 엄밀한 사업타당성 검토와 국회 동의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의 경우 전임 이명박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와 국회 심의를 피하려고 온갖 꼼수를 동원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전체 22조원의 4대강 사업비 가운데 8조원을 수공이 부담토록 한 것이다. 당시 수공 경영진과 이사회는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사업을 떠맡았다. 그 결과가 감당할 수 없는 빚으로 돌아온 것이다.
수공은 2009년부터 본격 사업에 뛰어들면서 8조원을 대부분 채권 발행이나 금융 차입으로 조달했다.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 수밖에 없었다. 2007년 말 1조6천억원이던 수공의 부채는 2012년 13조8천억원으로 9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금은 자체 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가 수공에 이자 상환용으로 최근 3년 동안 1조2천억원 이상을 지원했으나 여전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애초 정부와 수공은 4대강 사업의 빚 원금은 수공의 수익사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한 바 있다. 그러나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수공이 작성한 ‘장밋빛 사업계획’에 따르더라도, 4대강 사업비 8조원 가운데 스스로 회수할 수 있는 돈은 2020년까지 2조2천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5조8천억원은 국민 세금으로 메워줘야 할 판이다.
요컨대 무리한 4대강 사업 때문에 악화한 수공의 재무건전성을 회복시킬 길은 요원하다. 그렇다고 해서 수공을 파산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가 수자원 관리라는 수공의 고유사업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임 정부에서 강행한 사업이지만 박근혜 정부는 수공의 4대강 빚을 해결할 근본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초래한 데 대한 책임은 엄중히 물어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서부터 수공 전·현직 경영진에 이르기까지 누가 잘못했는지 철저하게 따지고, 필요하면 민·형사적 책임 추궁도 해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