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한 장의 사진이 모든 걸 말해주기도 한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경기도 여주시 산북면 농지에 조성한 ‘잔디밭 고추’ 사진이 그렇다. 잔디밭에 생뚱맞게 심어진 고추는 쓴웃음을 자아낸다. 고위층의 ‘농지 투기’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 사진은 철저한 인사청문회가 왜 필요한지를 잘 설명해준다.
잔디밭에 고추 농사를 짓는 농민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대롱대롱 고추가 매달린 모종을 옮겨심는 ‘창조적 고추 농법’도 처음 본다. 농지법 위반을 모면하려는 눈속임용 농사임을 누가 봐도 대번에 알 수 있다. 농지의 경우,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거나 정원 따위로 무단 용도변경을 하면 농지법 위반에 해당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농사를 짓고 있다는 시늉이라도 내서 처벌을 피하려는 술수임이 분명하다. 위법이 아니라고 아무리 우겨도 ‘눈 가리고 아웅’일 수밖에 없다. 만약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에 농작물을 심었다면 대통령을 속이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다운 계약서 작성을 통한 수천만원대 탈루 의혹도 그대로 지나치기 어렵다. 서울의 아파트 2채를 매매하는 과정에서 실제 매입·매도 액수보다 낮춰 신고하는 방법으로 양도세와 취득·등록세 등 5천여만원을 탈루했다는 의혹이다. 관행이었다고 하지만 탈루 액수가 지나치게 많다.
‘의무복무’ 기간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논란거리다. 최 후보자가 특례보충역으로 근무했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교육훈련 규정은 ‘연수교육’의 경우 교육기간의 2배를 의무복무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웬일인지 최 후보자의 미국 연수 1년이 의무복무 기간에 온전히 산정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특혜를 받은 셈이 됐다. 문창극씨에 이어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도 군 복무 도중 편법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도대체 공직 후보자들 가운데 병역 의무를 제대로 마친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니 말이 되는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