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핵심 현안인 6자회담 재개 문제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 과거사 문제를 중심으로 한 대일본 대응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두 나라는 회담 이후에라도 밀도 있는 논의를 이어가 이른 시일 안에 6자회담이 재개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뒤 나온 공동성명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언급에 그쳤다. 구체적인 방안을 전혀 내놓지 못한 것은 이번 회담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기만 하는 전략을 고수하는 우리나라에 더 큰 책임이 있다. 북한과 가까운 중국이 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큰 몫을 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창의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주체는 우리나라다. 새 안을 바탕으로 중국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미국을 설득해야 함에도 기존 입장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 정부는 중국이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표현에 동의한 점 등을 성과로 꼽지만 이는 실질적인 해법 도출과는 상관이 없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핵 문제가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 각국의 이해관계 불일치가 드러나는 상황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날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약속한 제재 해제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것이 바로 그렇다. 일본은 이 제재가 유엔 차원의 제재와는 별개의 것이라고 말하지만, 대북 제재 강화를 통해 핵 포기를 이끌어낸다는 한·미의 구상은 이미 힘을 잃고 있다. 그러잖아도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아래에서도 최근 경제가 다소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미는 북-일 협상 진전에 제동을 걸려고 할 게 아니라 무작정 기다리는 전략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6자회담 재개를 꾀하는 게 옳은 길이다. 북한을 뺀 5개국이 공조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 대북 협상에 나선다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공동성명은 군대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부인하려는 일본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부속서에서 “관련 연구기관 사이 위안부 문제 관련 자료의 공동연구, 복사 및 상호 기증 등에서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했을 뿐이다. 아베 정권이 본격화한 집단적 자위권 강화 움직임에 대해 거론조차 하지 않은 것도 의외다. 이번 회담에서 일본 관련 사안을 논의하는 것이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안보공조 노력에 영향을 줄까 봐 우려하는 미국의 눈치를 본 듯한데, 이는 잘못된 태도다. 과거사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본과의 공조는 동아시아 정세를 더 불안하게 할 뿐이다. 정부는 앞으로 일본의 책임 있는 행동을 이끌어낼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한-중 협력 강화는 최근 다양한 갈등이 불거지는 동아시아 정세를 안정시킬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다. 특히 갈수록 심해지는 미국·일본과 중국의 대결 구도를 완화함으로써 대화와 협력의 폭을 넓힐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갈등의 배경이 되는 중요한 현안들에 대해 거의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머물렀다. 특히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한-중 협력의 기초 자체가 불안해지기 쉽다. 두 나라 모두 다른 어떤 사안보다도 6자회담 재개를 통한 핵 문제 해결을 우선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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