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4대강 사업에서 생긴 빚 8조원을 갚을 길이 막막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공이 정부에 제출한 부채감축 계획서를 보면, 수공이 올해부터 2017년까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부채 감축액은 약 1조3천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14조원이 넘는 현재 빚의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렇다 보니 자구노력을 반영하더라도 수공의 부채 총액은 2017년 말까지 3조원가량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결국 수공이 떠안은 4대강 관련 빚의 원리금 대부분은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해결해줘야 할 판이다. 국토교통부가 내년 예산안에 수공의 부채 원리금 상환 지원을 요청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수공의 부채 원금까지 정부가 해결해준다면 4대강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정부가 부인하는 꼴이 된다. 수공은 자체 수입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투자도 하는 ‘시장형 공기업’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2009년부터 4대강 사업의 일부를 수공에 맡겨 빚의 수렁에 빠져들게 했다. 수공 경영진은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는 이유로 타당성을 따지지도 않고 4대강 사업을 맡으며 온갖 장밋빛 전망으로 홍보해왔다. 이에 대한 공로로 수공 임직원들은 정부로부터 표창을 받는가 하면 성과급 잔치까지 벌였다.
수공은 사업비 8조원의 대부분을 금융부채로 조달해, 2008년에 약 2조원이던 부채는 10배 가까이 늘었다. 지금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는 만큼 재무구조가 나빠졌다. 애초 정부는 2009년 수공의 4대강 사업 참여를 결정하면서 이자는 지원하되 원금은 수공의 자체 사업수익으로 충당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특별법까지 만들어 4대강 등 친수구역에 대한 개발독점권을 수공한테 줬다. 그런데 이제 와서 친수구역 개발 이익으로는 부채 해결이 어렵다며 원금 상환 부담까지 국민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핵심 치적으로 내세운 4대강 사업은 시간이 갈수록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수질 악화, 하천 생태계 파괴, 보를 비롯한 구조물의 안전 문제, 대형 건설회사들의 짬짜미 비리 등이 드러났고 급기야 막대한 국민 혈세를 낭비한 사업임이 확인된 상황이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부실과 부패로 얼룩진, 실패한 국책사업이다. 정부는 수공의 4대강 빚을 국민에게 떠넘기기 앞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철저하게 진단하고,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법적 조처를 먼저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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