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취임 일성은 ‘싸우면 이기는 전투형 군대 육성’이었다. 그리고 3년6개월 재임 기간 내내 “당장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 “군의 야전성 회복” 등을 강조했다. 하지만 강원도 동부전선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른 임아무개 병장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군의 모습을 보면 그런 말은 헛된 호언장담에 불과했다.
한꺼풀씩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군의 작전 실태를 보면 ‘이게 군인가’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9개 대대 4천여명의 병력이 동원됐지만 우왕좌왕 허둥대기만 한 오합지졸이었다. 수색조 간에 오인사격이 벌어져 소대장이 다쳤고, 수색대가 임 병장과 몇차례 마주쳤는데도 알아보지 못했다. 심지어 수색대가 임 병장에게 경례까지 붙였다고 하니 할 말을 잃는다. 병사들은 전투 준비태세와는 거리가 멀었고, 간부들은 간부들대로 지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허약하기 짝이 없는 군대였다. ‘싸우면 이기는 전투형 군대’가 아니라 ‘백전백패 약체 군대’의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난 것이다.
군 당국이 능력을 발휘한 것은 실제의 작전보다 오히려 ‘사후 은폐 작전’이었다. “군 수색조와 임 병장의 교전 과정에서 소대장이 임 병장이 쏜 총탄에 맞아 팔에 관통상을 입었다”는 군 당국의 발표는 거짓이었다. 임 병장이 먼저 총격을 가했다는 말까지 했던 것을 보면 단순한 착오가 아니었다. 가짜 임 병장을 내세운 병원 이송 작전을 비롯해 군은 어떻게 하면 진실을 감추고 국민을 속일까만 온통 신경을 썼던 것 같다.
군 당국이 지난 4일 임 병장을 구속하면서 구속영장에 가장 중요한 살해 동기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구속 이후 본격적으로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군이 자기 입맛대로 범행 동기를 몰아가려는 것 아닌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군이 워낙 많은 거짓말로 신뢰를 잃은 탓이다.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을 통해 우리 군 수뇌부는 합리적 병영 관리에도, 정예강군을 만드는 데도 실패했음이 확연히 드러났다. 그리고 김 전 장관은 그 궁극적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그런데도 그는 정부의 안보 총사령탑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전’했다. 자신의 ‘전공’에도 실패한 사람이 단순한 군사안보를 넘어서 한반도 상황을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자리에 적합한지는 참으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김 전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최소한 뭔가 입장 표명이라도 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인데도 지금까지 아무런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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