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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좀비 총리’ ‘죄송 장관’이 국가대개조 이끈다니

등록 2014-07-08 18:23

정홍원 국무총리가 8일 오후 갑자기 대국민담화를 발표해 국가개조 추진 구상을 밝혔다. 민간이 참여하는 ‘국가대개조 범국민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 2월까지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만들겠다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예정에 없던 대국민담화를 불쑥 발표한 배경도 의아스럽지만,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계획에 ‘국가대개조’라는 포장을 씌워 호들갑을 떠는 것 같아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참사는 이날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부의 총체적 업무 태만과 비리가 집약된 결과다. 정부의 이런 무능과 무책임, 도덕적 해이의 정점에 있는 사람이 정홍원 총리다. 그래서 그가 사표도 냈던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가 붙잡자 언제 사표를 냈느냐는 듯이 슬그머니 주저앉은 그가 다시 전면에 나서서 국가개조를 하겠다고 나서니, 이것부터가 무책임과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정 총리가 국가개조를 위한 공직사회 혁신을 외치고 있는 순간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새 장관 후보자들이 연신 “죄송” “후회” 등의 말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국가개조의 민낯을 잘 보여준다.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등은 정치공작, 세금탈루, 농지법 위반, 위장전입 등 각종 의혹을 시인했다. 국가개조의 요체는 이 정부가 강조해 왔듯이 과거 관행과 단절하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적당주의를 타파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 장관 후보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은 장관 임명장이 아니라 자신들도 시인한 위법 사실에 대한 검찰 수사 소환장이다. ‘좀비 총리’에다 ‘죄송 장관’들이 이끄는 국가개조라니, 참으로 한편의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정 총리가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을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국회를 채근한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병의 정확한 진단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얼치기 처방부터 먼저 내놓았다. 그러다 보니 해양경찰청 해체를 비롯해 신설될 국가안전처의 위상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무성하다. 게다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등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에마저 성실히 임하지 않고 있다. 특위에서 요구한 269건의 자료 중 청와대가 제출한 게 고작 13건이라니 그 불성실함을 잘 알 수 있다. 세월호 참사의 명확한 진상규명은 외면하면서 몇몇 사람이 밀실에서 얼렁뚱땅 만든 정부조직법 개정안만 무조건 통과시켜 달라고 떼를 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 정부가 주창한 국가개조란 말은 이미 빛이 바래고 희화화돼 버렸다. 공직 부적합자들이 공직사회 혁신을 말하는 것도, 의식이 하나도 바뀐 게 없는 사람들이 국민 의식을 개혁하겠다는 것도, 잇따른 인사참사에 새 총리 하나 물색하지 못하는 무능함도 모두 조롱의 대상이 됐다. 이제 이 정부는 국가개조란 공허한 말이라도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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