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인사청문회에서 지금의 경제상황을 진단하고 자신이 펼 정책구상의 실마리를 선보였다. 최 후보자는 “우리 경제가 수년째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며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고 민생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활력을 잃은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도록 하겠다는 대목에 조금은 기대를 걸면서도 여러모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얘기다.
우선 ‘수년째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는 진단이 지나친 것 같다. 올해 2분기 이후 성장세가 조금 주춤해지긴 했지만 지난 몇 년간의 성장률을 들여다보면 ‘저성장의 늪’과는 거리가 있다. 그가 과거 고도성장기의 향수에 젖어 있다 보니 나온 발언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을 정상화’한다며 주택대출 관련 규제를 풀겠다는 구상은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완화하면 경기 진작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는 주택시장의 특성상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와 고용유발 효과가 크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소비가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따위의 말을 했다. 하지만 이는 가계부채가 1000조원이 넘는 현실에서 부작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다. 경기 부양을 검토할 만한 시점이긴 해도 이처럼 주택시장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곤란하다.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는 점도 걱정스럽다. 최 후보자의 그간 발언 등으로 미뤄 경제 활성화를 빌미로 기업이 원하는 분야의 규제를 대폭 풀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수 부족 문제를 풀 대책이 미흡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 방침 말고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양극화를 줄일 방안이나 경제민주화를 되살리겠다는 구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래 가지고 민생이 안정되고, 지속가능한 경제활성화를 이룰 수 있을까 싶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