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박 대통령의 소통정치, 김명수 철회가 시금석

등록 2014-07-09 18:44

낯두꺼움에도 급수가 있다면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단연 최고에 속할 것이다. 그는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확인된 표절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국민 신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엔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이런 태도는 여론과 동떨어진 것이다. 7일 보도된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1.4%는 ‘김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부적절 의견이 96%에 이르는 교육시민단체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이념 성향을 가리지 않고 주요 언론 대부분이 김 후보자 임명에 부정적이다. 김 후보자가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는 기본적 신뢰조차 상실했다는 걸 보여주는 징표들이다. 김 후보자가 눈감고 모른 체한다고 현실이 바뀔 리 없다.

그에게 쏟아진 온갖 종류의 의혹에 대해선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30건이 넘는 의혹이 불거져 인사청문회 도입 이래 ‘최다 의혹 소유자’란 오명이 따라붙었다. 이에 더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 주식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교육 업체의 등기임원이던 매제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내부 정보를 취득한 뒤 주식을 사고팔아 이득을 얻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범죄행위에 해당하므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

김 후보자는 여당 의원들까지 논문 표절을 추궁하자 “윽박지르지 마시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이런 뻣뻣한 태도가 뜻하는 바를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청문회만 넘기고 굳세게 버티면 장관에 임명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을 끝내 저버리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김 후보자가 “5·16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박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복창한 것도 ‘코드 맞추기’로 보인다. 야당이 아무리 반대해도 박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김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박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여야 원내대표, 정책위의장과 만나 현안을 논의한다. 차제에 국정원장·장관 후보자 8명의 적격성 여부를 야당과 협의하는 게 좋다.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린 김 후보자 지명 철회는 소통의 첫 단추다. 김명수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생각이라면 모처럼 야당과 만나는 자리가 무의미해지고 말 것이다.

박 대통령이 여야 원내지도부를 만나 인사청문제도 손질을 요구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정치의 퇴보를 초래하는 행위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견제하라고 만든 제도가 인사청문회다. 그것을 강화한 사람이 본인이다. 인사청문제를 시행하지 않던 영국도 2008년부터 하원 사전인사청문제를 도입했다. 공직자 인사 결정에 대한 의회의 견제 강화가 세계적 흐름임을 보여준다. 청문회 제도를 손대는 것은 중대한 시대착오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