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서 정부, 특히 청와대가 제구실을 전혀 하지 못했음이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배가 침몰하는 순간까지도 미적대거나 우왕좌왕했던 청와대의 모습은 한심하다 못해 참담하다.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은 10일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기관보고를 통해 세월호 사건을 케이블채널인 <와이티엔> 속보를 통해 처음으로 접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사고 발생은 오전 8시48분이었는데 9시19분에야 공식 보고체계도 아닌 방송뉴스로 알았다는 것이다. 해군이 9시3분에 인지했다지만 그 역시 보고되지 않았다. 그나마 위기관리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다른 회의를 하느라 9시25분께에야 사건 소식을 알았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첫 서면보고가 된 것은 10시께고, 대통령의 구조 지시는 배가 전복되기 직전인 10시15분에야 전달됐다. 국가 위기관리시스템이 이런 식으로 삐걱대고 때늦은 대응만 거듭했으니 신속한 구조나 대처는 애초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비슷한 재난·재해나 위기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제구실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뒤늦게 사건을 알게 된 뒤에도 청와대는 조직적인 구조 지휘나 관련 조처를 강구하는 대신 엉뚱한 일에만 열중했다. 사건 당일의 긴급교신 내용을 보면, 청와대는 9시39분부터 11시10분께까지 구조 지휘에 전념해야 할 해경을 상대로 현장 영상이나 영상송출 시스템 제공만 재촉했다. 구조작업에 필요한 헬기나 함정, 구조인력의 적절한 배치보다 청와대에 앉아서 현장 화면을 보는 데 급급했던 것이다. 누가 그런 영상에 관심이 있기에 그랬는지 궁금하다. 그렇게 현장을 지켜보면서 구조 지휘는 왜 나 몰라라 했는지도 의아하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상황실은 정확한 상황을 확인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이 역할이지, 법률상 구조 지휘 등 재난·재해의 컨트롤타워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했던 변명 그대로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헌법상 책무가 있는 대통령과 그 보좌기관인 청와대가 이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려 드는 것은 꼴사납다. 대통령에 대한 보고가 제대로 됐는지도 의문이다. 사건 당일 대통령은 서면·전화 보고만 받았을 뿐, 대면보고나 회의는 전혀 하지 않았다. 7시간 동안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러고도 대통령과 청와대가 제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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