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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권은희씨 광주 전략공천 문제

등록 2014-07-10 18:49

새정치민주연합이 권은희 전 서울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에 공천한 것은 여러모로 아쉬운 면이 있다. 권씨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책임자였고, 경찰의 축소·은폐를 폭로한 인물이다. 이 사건은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의 출마는 사건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이다.

국정원 사건은 정쟁의 대상일 수 없다. 국가기관이 공권력을 불법으로 동원해 헌법과 민주주의를 짓밟은 국기문란 사건이다. 현장 수사 책임자였던 권씨는 실체적 진실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수사에 외압을 넣었다고 폭로한 권씨의 청문회 증언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지난달 2심 재판부마저 김용판씨의 무죄를 선고하자 권씨는 경찰에서 사직했다. 사직 1개월 만에 정치권에 진출한 권씨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것, 그리고 해야 한다는 것이 출마를 결심한 결정적 이유”라고 말했다. 권씨는 국회에 입성해 진실을 밝히는 데 기여하고 ‘국정원 특검’을 추진하는 도화선 구실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권씨의 정치권 진출은 결과적으로 국헌문란 사건을 하나의 정치적 논쟁으로 격하하는 측면이 있다. 불이익을 감수하고 진실을 밝히려 애쓴 권씨의 노력과 진정성도 일부 훼손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은 처음부터 ‘정치적 배후설’을 주장하며 권씨의 폭로를 ‘야당 공천을 노린 돌출행동’이라고 매도했다. 새누리당은 예측이 빗나가지 않았다며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국정원을 감싸는 데 진력해온 새누리당이 권씨 공천을 비판할 자격조차 없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새정치연합이 권씨를 호남이 아니라 수도권에 공천했다면 상황이 약간 달랐을 것이다. 그나마 여야가 치열한 승부를 펼치는 수도권 선거를 통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심판을 꾀하는 의미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공천이 곧 당선인 호남에선 그런 의미를 찾기 어렵다. 권씨의 호남 공천은 오히려 출신지를 부각시키며 수도권 선거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당내 일부의 반론이 일리 있다.

공천 과정도 석연치 않다. 경선과 전략공천 사이를 오락가락하다 막판 초읽기에 몰리자 권씨를 투입했다. 무소속 출마 배수진을 친 천정배 전 의원의 공천 배제를 관철하는 카드로 권씨를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공천과 선거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은 오롯이 안철수·김한길 대표가 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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