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와 만나 정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청와대 회동이 의례적인 만남이나 보여주기식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려면 여기서 오간 대화가 구체적인 결실로 이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청와대 회동을 평가할 첫 시금석은 야당 쪽에서 지명 재고를 요청한 일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박 대통령이 어떤 결론을 내리는가다. 새정치민주연합 쪽은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두 사람의 이름만 거론하며 지명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야당으로서는 상당히 양보를 한 셈이다. ‘차떼기 돈배달’ 경력의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나, ‘고추밭 장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등 국민의 눈으로 볼 때 자격 미달자가 더 많지만 지나치게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낙마 대상자를 최소화한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잘 알겠다. 참고하겠다”고 답변했다는데, 그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아직 짐작하기 어렵다. 야당 쪽의 주장을 수용해 장관 임명을 포기할지, 아니면 말 그대로 ‘참고’만 하고 넘어갈지는 더 지켜볼 대목이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임명을 강행해 국회와 야당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에도 역시 그런 기조를 유지한다면 ‘이럴 거면 뭐하러 원내대표들과 만났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을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고,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김영란법, 유병언법 등을 8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 등은 청와대로서는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여야 관계의 순항 기류도 새 장관 후보자의 처리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암초에 부닥칠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정국이 청와대 회동 전보다 오히려 더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다.
야당과의 소통,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다. 지지도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데서도 나타나듯이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은 이제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 모처럼 맞은 여야의 화해·협조 분위기를 박 대통령이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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