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8일 이후 연일 공격을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750여곳이 공습을 받아 팔레스타인 사상자가 700여명이나 발생했다. 사상자 대부분이 민간인이다.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을 시사하고 하마스도 반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가자 지구가 전면전 위기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150여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죽은 2012년 11월의 ‘8일 교전’ 이후 최대의 유혈사태다.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은 지난달 이스라엘 10대 소년 3명의 납치·살해가 발단이 됐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배후로 지목하고 ‘가혹한 보복’을 다짐하던 중 이번에는 팔레스타인 10대 소년이 이스라엘 괴한들에게 납치돼 잔인하게 살해됐다. 이스라엘은 대대적인 공습에 나섰고, 양쪽의 충돌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전투력의 극심한 불균형으로 인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대립은 대등한 충돌이라기보다는 이스라엘의 일방적 살육이라고 해야 할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아이언돔이라는 최첨단 미사일방어망을 가동해 하마스가 쏜 미사일 90여발을 격추했다. 요격미사일의 적중률이 90%에 이른다고 한다. 반면에 하마스의 미사일은 사거리가 3~25㎞에 불과하고 정밀성도 떨어져 이스라엘에 사실상 충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화력의 절대적 우위로 무장하고서 가자 지구를 무차별로 타격하고 있다. 하마스가 가정집을 지휘통제부로 삼는다면서 민간인들이 사는 집을 겨냥하는가 하면 일반인이 가는 식당에도 사람들이 모였다는 이유만으로 폭탄을 퍼부어대고 있다. 이 때문에 노인·어린이·병약자들이 집중적으로 희생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은 사실상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학살극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전면적 민중봉기(인티파다)가 또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팔레스타인은 1987년과 2000년에 두 차례 대규모 인티파다로 수천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스라엘도 정치적·도덕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런 때일수록 국제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 유엔과 미국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이스라엘의 공습 중단을 이끌어내고 장기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공존 체제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또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중재와 상관없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무차별 공습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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